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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시집 '입국자들'/ 있는 그대로의 이주노동자와 탈북자들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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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시집 '입국자들'/ 있는 그대로의 이주노동자와 탈북자들 삶

입력
2009.06.2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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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골에서 살다가/ 한국시골로 개가해 온 어미를 찾아/ 딸이 왔다// 가난한 선대가/ 중국으로 떠나가서/ 가난한 후손을 낳았지만/ 가난한 후손은/ 가난한 후대를 낳고 싶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걸/ 조선족 모녀는 보여준다// 어미도 딸도 팔자를 바꾸려고/ 새로운 곳을 찾았다가/ 푸른 하늘 아래서 껴안고 울기만 한다'('푸른하늘'에서)

하종오(55ㆍ사진) 시인이 새 시집 <입국자들> (산지니 발행)을 냈다.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그는 최근의 작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시집에서도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2007) <베드타운> (2008)에 이어 3년 사이에 벌써 네번째 같은 주제의 시집을 냈다.

4부로 구성돼 있는 이번 시집은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에서의 생활, 한국으로 이주해간 사람들의 현지 가족들의 삶, 고국으로 귀환한 이들의 삶 등을 모두 형상화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다면적 조망을 시도한다.

이주노동자들을 상투적으로 시혜의 대상 아니면 선하디 선한 인물로 그리는 것이 우리 문학의 한계로 지적되곤 했다. 이들의 실제 삶에 바짝 다가가려는 하씨는 그러나 서로 싸우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고, 욕심을 부리기도 하는 그들을 '인간'의 모습으로 바라보려 한다.

시인은 가령 이들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한국인 고용주에게 당한 부당함을 제 나라 노동자에게 되풀이하는 모습까지도 가감없이 형상화한다.

'합법체류 이 년 불법체류 팔 년/ 청년 때 가서 일해 돈을 모아/ 중년이 되어 돌아온 쩐주이호안 씨는/ 수리공들 일찍 출근시키고 늦게 퇴근시키고/ 봉급 적게 주며 미루었다가/ 제풀에 지쳐 떠나가게 만들었어도/ 오토바이는 제때 고치도록 했다'('소자본가'에서)

시집 1부를 채우고 있는 탈북 여성, 탈북 노동자들의 서울에서의 애옥살이에 대한 관심도 두드러진다. 모든 것이 물화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다 팔 것이라곤 자신의 육체밖에 없음을 자조하는 탈북 여성('짓거리')이나, 차별의 시선을 받으며 남한 내의 '이등국민'으로 전락한 여성의 일상('대면식')은 통일 후 한국 사회의 슬픈 미래상을 예견하는 듯도 하다.

<입국자들> 은 하씨의 18번째 시집이다. 그는 "그 많던 리얼리즘 시인들이 시를 안 쓴다는 것은 지금 우리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며 "나는 아직도 써야 할 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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