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출신의 바츨라프 하벨(73ㆍ사진) 전 체코 대통령이 영화를 처음으로 연출한다고 A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내년에 개봉될 이 영화는 하벨이 20년의 침묵을 깨고 지난해 발표한 희곡 <떠난다는 것(leaving)> 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여성 편력이 심한 한 정치 지도자가 권력을 넘겨주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으로 지난해에는 연극으로도 제작됐다. 떠난다는>
하벨은 자서전적인 성격의 이 작품을 통해 정치인이자 한 자연인으로서 겪는 존재의 부조리를 솔직하면서도 희화적으로 표현했다. 극의 주인공 빌렘 리거 총리가 헌신적인 평생의 동반자 이레나를 두고 젊은 여인과 놀아나다 들켜 망신 당하는 장면 등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하벨은 힘든 세월 동안 곁을 지킨 올가 하플로바가 1996년 사망하자 이듬해 여배우 출신 다그마르 베크르노바와 재혼했다. 베크르노바는 하벨이 연출하는 이번 영화에 출연한다.
1989년 체코의 민주화 운동 '벨벳혁명'을 이끈 하벨은 체코슬로바키아의 마지막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슬로바키아가 분리 독립한 뒤 1993~2003년 체코의 대통령으로 활동했다. 그 전에는 동유럽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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