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무적 함대'가 복병 미국에 좌초됐다.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오전 3시30분(이하 한국시간) 불룸폰테인 프리 스테이트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컨페더레이션스컵(이하 컨페드컵) 준결승에서 미국에 0-2로 패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2006년 11월 루마니아와의 친선경기(0-1) 이후 2년 7개월간 이어온 35경기 무패 행진(32승3무)을 마감했고, 연승 행진도 15경기에서 제동이 걸렸다.
호화 멤버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경기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와 다비드 비야(발렌시아)가 최전방에 나서고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와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 등 공격적인 선수들이 중원에 포진했다. 그러나 스페인은 특유의 정밀한 패스워크에 의한 공격이 미국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고 미국 공격수들의 빠른 역습에 허점을 노출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전반 27분 조시 알티도어(비야레알)에게 선제골을 얻어 맞은 스페인은 이후 맹공에도 불구, 미국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29분 클린트 뎀시(풀럼)에게 쐐기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스페인은 볼 점유율에서 56-44, 슈팅 수에서 29-9로 앞서는 등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서 앞섰지만 수 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무산시키며 무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선수들은 놀라운 에너지를 보여줬고 대단히 빠른 공격을 펼쳤다. 패배는 실망스럽지만 우리는 여전히 강팀이다. 남은 3ㆍ4위 결정전 승리와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을 목표로 하겠다"고 부임 후 첫 패전의 변을 밝혔다.
스페인은 지난해 유럽선수권(유로 2008)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지 1년도 채 되기 전에 지긋지긋한 '토너먼트 징크스'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스페인은 막강 전력에도 불구, 역대 월드컵과 유럽선수권 본선에서 번번이 기대에 밑도는 성적을 남겨 '국제 대회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98년 프랑스월드컵과 유로 2004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세계 최강을 꺾는 기적을 일으킨 미국은 브라질-남아공전 승자를 상대로 29일 오전 3시 요하네스버그에서 2009 컨페드컵 우승을 놓고 맞붙는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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