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철순 칼럼] 인적 쇄신은 쉽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철순 칼럼] 인적 쇄신은 쉽다

입력
2009.06.25 23:48
0 0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달라지려고 애를 많이 쓰는 것 같다. 중도 강화론과 사회통합을 이야기하고 서민생활 안정을 강조하면서 종전과 다른 자세를 보이려 하고 있다.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과 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인해 조성된 조문정국, 잦아들지 않는 이 대통령 책임론은 엄청난 타격일 수밖에 없다.

장관 인사는 하지 않는 건가

인적 쇄신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파격적인 검찰총장 국세청장 인사를 마친 이 대통령은 앞으로 장ㆍ차관등 정무직을 제외한 각 부처의 실무 간부인사를 장관에게 맡길 생각이라는 말도 했다. 따지고 보면 우스운 일이다. 실무 간부인사를 장관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굳이 이런 언급을 한 것은 장관이 간부 인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해온 현실을 반증한다.

그러면 실무 간부 인사를 책임 지고 해야 할 장관급 이상의 인사는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속내까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대통령은 야당과 반대자들의 쇄신 요구에 대해 거듭 국면 전환용 개각은 하지 않겠다고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사실 장관이 자주 바뀌는 것은 문제이며, 장관은 소신과 책임감을 갖고 안정되게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을 쓰느냐 하는 것은 재임기간과 관계없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첫 조각에서 대량 실점을 한 바 있는데, 지금도 그 면면을 보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늙고 낡아 보이고, 어떤 사람들은 둔하고 느리거나 탐욕스러워 보이고, 치열하게 몸을 던져 일하기보다 별 생각 없이 벼슬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해당 분야 국민들과의 소통에 성공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고위 인사들에게서 매력과 감동을 찾기가 어렵다.

가장 훌륭한 군주는 부하들을 위엄과 무력으로 지배하거나 부드럽게 다스리는 게 아니라 부하가 반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데, 부하든 국민이든 매력과 감동을 원하는 것은 똑같다.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런 점을 더 잘 알게 해 주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살로 무책임하게 삶을 마감했지만, 그의 돌연한 부재와 사라짐은 애도의 감정과 얽혀 인간적 매력과 진정성을 실제 이상으로 돋보이게 했고, 이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 당선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지만,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의 승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6월 원광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이명박씨가 노명박 만큼만 잘하면 괜찮다. 노명박 만큼만 하라"는 말을 했다. 엉뚱하고 뜬금없는 적대적 유머였지만, 그런 말에서도 취해야 할 것은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겸허해야 한다는 정권 초기의 다짐과 달리 전 정권보다 더 권위적이거나 권위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 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나 회의를 보면 장관 차관이 꼭 시간에 임박하거나 지나서야 나타난다. 먼저 와서 민간인들을 맞는 게 예의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공직자는 봉사자라는 생각이 미약하다.

매력과 감동이 정부의 힘

중국인들이 추앙하는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총리 시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뒤에 온 그에게 먼저 타시라고 하자 한사코 사양했고, 부인 덩잉차오(鄧穎超)도 "어딜 가든 이 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고 남편을 거든 일이 있다. 우리에게는 왜 이런 에피소드도 없는지 모르겠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다음 달부터 에쿠스에서 소형 하이브리드 승용차인 아반떼로 바꿔 탄다는데, 환경부 장관이니 당연한 듯 싶다가도 이런 게 화제가 되는 것이 서글플 정도다.

해당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장관으로 앉히면 인적 쇄신은 쉽다. 그런 사람을 사심 없이 골라야 이명박 정부의 매력이 생길 것이다. 갈등의 극복이나 소통은 결국 인간의 힘에서 나온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