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만큼 여행자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단어가 있을까.'몰디브~'라고 말하는 순간 푸른 야자수가 내 옆에서 지붕만큼 높다랗게 쑥쑥 자라고, 멋스러운 해먹에 몸을 눕힌 채 어떤 꿈보다 달콤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낮잠에 취하는 기분 좋은 마술에 걸릴 것 같지 않은가.
푸른 물감을 바다에 풀어 놓은 듯 짙은 물색, 하얀 도넛처럼 동글동글한 산호군에 둘러싸인 녹색의 섬. 생각만 해도 문명의 때를 벗는 듯 하다.
조물주가 인류를 위해 마지막으로 허락한 '이상향'몰디브의 여름은 어떤 모습일까. 6월의 어느 날, 꿈 속의 한 장면을 도려낸 듯 물빛이 선명한 그곳으로 향한다.
몰디브는 6월부터 8월까지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계절풍의 영향으로 흐린 날이 많고 하루 한 차례씩 비가 내리며 바람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6월의 신혼부부가 "몰디브에서 허니문을 보낸다"고 말하면 여행사들은 말리기도 한다.
차라리 그저 그런 동남아의 휴양지로 가라는 추천도 이어진다. 마치 아무리 맛있는 굴이라도 5월부터 8월까지는 안 먹는 게 좋다는 말처럼, 6월 무렵 몰디브는 그렇게 외면을 받기도 한다.
과연 6월의 몰디브는 비수기로 몰아세울 만큼 그 색을 잃는 것일까. 화려한 적도의 태양이 구름 뒤로 숨어버리고, 때론 폭우와 뇌성에 젖는 몰디브는 여름날에 먹는 굴처럼 맛이 떨어질까. 다행스럽게도 10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몰디브는 편견과 예측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몰디브의 수도 말레 행 비행기를 갈아 탄 지 4시간. 처음 마주한 몰디브는 말끔히 얼굴을 닦고 화장수를 바른 신부처럼 투명하고 맑았다. 계절풍이 몰아온 폭우로 비행기 트랩에서부터 몸이 흠뻑 젖었지만, 리조트로 향하는 스피드보트에 오르자 가뿐한 밤 바람에 습기는 날아가고 몽롱했던 정신은 맑아진다.
보트의 비닐창 아래에서도 또렷이 빛을 뿜는 몰디브의 별들은 어찌나 밝은지, 첫번째 목적지인 앙사나 이후루 리조트로 달리는 40분 동안의 뱃길이 설탕처럼 달다.
천국의 손짓처럼 바닷물에 뭉개져 빛을 내던 리조트의 조명이 눈앞으로 다가오며 몰디브의 꿈 같은 리조트가 펼쳐진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면 대체로 자정무렵(현지시간)에 도착하기 때문에 상상 속에 새겨진 푸른 몰디브의 풍경을 곧바로 목격할 수는 없지만 베일에 가려진 여인의 몸을 상상하는 것처럼 온 감각은 흥분으로 휩싸인다.
까만 밤과 별빛 아래 살짝살짝 드러나는 6월의 몰디브 해변은 아름답다는 말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이튿날 아침의 하늘은 지난 밤의 비가 남긴 흔적으로 낮은 구름을 품고 있지만 그 사이를 뚫고 청색 바다로 떨어지는 햇살은 더없이 맑다.
몰디브의 많은 리조트는 여행객에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슬람국가인 탓도 있지만 리조트들이 시끌시끌하거나 번잡스럽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말 그대로의 휴식을 즐길 수 곳이다.
그렇다고 활동적인 레저 마니아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건 아니다. 가끔 비가 쏟아져 낭패를 겪기도 하지만 아무리 비수기라도 몰디브의 생명력 넘치는 해양생물과 조우하는 스킨스쿠버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의 기회가 넘친다.
앙사나 이후루에서 다시 말레공항으로 배를 타고 나온 후 수상비행기에 올라 앙사나 벨라바루 리조트로 향한다. 말레와 가까워 수상보트로 이동하는 앙사나 이후루와 달리 이곳은 몰디브의 남쪽 끝에 있어 비행기를 타야 다다를 수 있다. 바다를 사뿐히 달려 창공으로 치솟는 수상비행기는 40분 동안 여행자에게 그림 같은 산호초군락(아톨ㆍattol)의 풍경을 선사한다.
구름을 뚫고 지나며 소나기를 만나기도 하지만 비행 도중 발 아래로 보이는 섬들은 평생을 약속한 신혼부부의 결혼반지처럼 파랗고 하얀 고리 모양이어서 눈을 시리게 한다.
비행기는 15명 정도가 타면 꽉 차는 소형이기 때문에 다소 흔들린다. 파도가 많이 치면 내려서 배로 올라탈 때 멀미를 하기 십상이다. 뱃멀미를 하는 체질이라면 미리 약을 챙겨야 여행을 그르치지 않는다.
앙사나 벨라바루는 바다 한가운데에 리조트를 만들어 7월 문을 연다. 물 위에 34개의 단독 빌라를 지어 이름도 인오션빌라(In Ocean Villaㆍ바다의 집)다. 메인 리조트인 앙사나 벨라바루와는 셔틀보트로 10분 거리인 이곳은 몰디브의 다른 리조트들이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꾸민 것과 달리 매우 현대적이면서 독립적인 공간을 구성한 게 특징이다.
해변이 아니라 빌라 발코니에서 바로 바다로 들어갈 수 있으며, 바다와 빌라를 연결해주는 풀이 마련되어 있는 게 독특하다. 리조트 관계자는 "독립적이며 고급스러운 편의시설을 갖춘 이곳에선 더욱 가까이 몰디브의 자연과 바다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은 비수기라도 별 차이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벨라바루 리조트는 오픈에 맞춰 1박 무료 혜택을 주는 상품을 10월 31일까지 판매한다. 비수기의 몰디브엔 잘 살펴보면 이 같은 특가상품이 눈에 띈다. 비수기라고 외면해버리기엔 매력적인 혜택이다.
벨라바루를 벗어나 마지막 목적지인 말레공항 인근의 반얀트리 바빈파루 리조트로 떠난다. 리조트의 리셉션 공간에서 만나는 옥빛 바닷물과 그 속을 유영하는 색색의 열대어 무리가 선선한 계절풍에 섞여 딴 세상을 연출한다.
이 곳의 빌라들은 다른 리조트보다 해변 가까이 있어 자연을 더 잘 느끼며 쉴 수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몰디브의 석양은 집으로 향하는 여행객의 발길을 묘하게 붙든다. (문의)아일랜드 마케팅 (02)3276-2332 홈페이지 www.islandmarketing.co.kr
말레(몰디브)=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사진 아일랜드 마케팅 제공
■ 몰디브 창이공항서 6시간 스톱오버, 싱가포르 도심버스투어 매력
● 인천공항에서 몰디브 말레공항까지 가는 직항은 없다. 여행객은 일단 싱가포르로 날아가서 말레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더구나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는 무려 6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비행에 걸리는 6시간(싱가포르행)과 4시간(몰디브행)을 합치면 16시간이나 되는 긴 여행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체크인 시간, 리조트 이동 시간을 더하면 가는 데만 20시간 가까이 걸린다. 이 정도면 유럽은 물론 남미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가고도 남을 시간이어서 짧은 휴가로 만족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겐 몰디브는 닿을 수 없는 이상향으로 남기 마련이다.
● 하지만 몰디브는 휴양객들의 영원한 로망. 리조트만으로 이뤄진 섬에서 보내는 꿈 같은 하룻밤은 수십 시간을 날아가더라도 포기하기 싫을 정도다. 어떻게 하면 파라다이스까지의 긴 여정을 알차고 보람있게 보내느냐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 일단 묵게 될 리조트까지의 여정을 꼼꼼히 살피는 게 필요하다. 쓸데없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막기 위해서다. 몰디브로 가는 대부분의 경우 선택하는 인천~싱가포르(싱가포르항공) 항공기를 타면 싱가포르에서 6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몰디브행 비행기의 체크인을 감안하면 4시간 정도의 여유밖에 없어서 무작정 싱가포르 시내를 관광하러 나가기도 벅차다.
이처럼 공항에서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여행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시내 무료버스 투어’이다. 창이공항 2터미널에서 중앙 인포메이션 센터를 기준으로 오른쪽 쇼핑몰 쪽으로 가다 보면 빨간색 박스 모양의 투어 접수 창구가 보인다. 여기서 오후 4시까지 매 정시에 시작되는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는 버스 투어를 이용하면 싱가포르의 해변도로와 차이나타운 등 도심의 명소를 간단히 돌아보는 데 충분하다. 중간에 20분 정도 차에서 내려 싱가포르 거리 음식을 맛볼 기회도 주어진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이미 경험한 이들에겐 이런 간단한 투어가 매력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차라리 보고 싶은 장소 하나를 찍어서 빠르게 택시로 이동해 2시간 동안 관광하는 게 좋다.
● 출입국 과정을 거치는 게 귀찮아 관광을 포기할 거라면 미리 노트북 컴퓨터 등 인터넷이 가능한 가전제품을 휴대하자. 창이공항은 서비스가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공항. 전 구역에서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곳곳에 데스크탑 컴퓨터도 마련되어 있어 무료한 여행객이 즐기기엔 충분하다.
● 말레공항에서 수상비행기를 탈 때도 대기시간을 비롯해 여행에 불필요한 시간이 생기게 된다. 대기장소에서 제공하는 간식을 요청해서 요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수상비행기 안에서는 시차 적응에 부족한 잠을 자거나 몰디브의 풍경을 사진에 담자. 워낙 비행기 소음이 크기 때문에 귀마개를 나눠주는데, 덕분에 쉽게 잠이 든다.
몰디브=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 몰디브는 이슬람문화권 "주류 반입은 안돼요"
● 몰디브는 스리랑카의 남쪽 인도양에 떠 있는 섬들이 모여 만들어진 나라다. 2004년 동남아시아를 휩쓸었던 쓰나미의 피해지역에 들어갔음에도 섬들을 둘러싼 산호초가 방패 역할을 해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수도인 말레와 일부 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리조트가 섬의 유일한 주거지이며 편의시설인 곳. 그래서 몰디브 사람들은 어부 아니면 관광업 종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리조트의 이름은 공통적으로 '리조트 회사명+ 위치한 섬'으로 쓰인다. 앙사나 벨라바루의 경우'앙사나'는 회사명, '벨라바루'는 섬 이름이다.
● 말레공항에서 각 리조트로 가려면 스피드보트나 수상비행기 등 2차 교통수단을 이용해 목적지로 향한다. 배로 40분이 넘는 거리라면 수상비행기를 타야 한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밤 비행기로 말레에 도착하는데, 수상 비행기는 일몰 이후 이륙이 금지돼 있어 부득이 말레의 호텔이나 가까운 리조트에서 1박을 하게 된다. 말레 일대는 한국보다 4시간이 늦지만 리조트들엔 '아일랜드 타임'을 적용해 3시간이 늦다. 관광객들이 귀국할 때 1시간의 여유를 주기 위한 배려다.
● 몰디브는 이슬람국가이기 때문에 주류 반입은 일체 금지되어 있다. 모든 입국자는 말레공항 문을 나서기 전 짐을 검색 장비에 의무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 기항지나 출발지 면세점에서 술을 구입했다면, 낭패다. 대신 리조트 안에선 양주부터 맥주까지 다양한 주류를 판매한다. 종교를 이유로 주류 반입을 금지했다면 리조트도 '무알코올'지역이라야 맞겠지만, 관광업으로 살아야 하는 몰디브 입장을 생각한다면 눈감아 줄 만한 일.
● 정식 통용화폐는 '루피아'이지만 모든 곳에서 미국 달러를 사용한다. 리조트 기준으로 하이네켄 맥주 한 병에 6,7달러 정도. 몰디브에선 참치가 많이 잡힌다. 이슬람문화권이라 돼지고기 등을 찾기 힘들어서 대체로 휴양객들은 신선한 생선류를 많이 접한다. 일부 리조트에선 손님이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요리해주기도 한다.
● 몰디브의 여름(6월~8월)은 우기다. 하루 종일 맑지 않고 가끔 비가 쏟아지며 구름이 많이 낀다. 파도도 잔잔하다고 말하기엔 무리일 정도로 높다. 윈드서핑엔 적당하지만 낚시는 힘들다고 할까. 그래서 이때가 비수기에 속하지만 특별히 바다스포츠에 몰입할 게 아니라면 휴가를 즐기기엔 별 무리가 없다.
● 몰디브는 의외로 IT 강국이다. 공항에 내리면 무선인터넷이 가능하다는 푯말이 눈에 띈다. 대부분 리조트도 숙소까지는 아니라도 로비와 식당에선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다. 지상천국조차 문명에 잠식됐다고 못마땅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메일이 급한 이들에겐 고맙기 짝이 없다.
몰디브=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