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인간의 고난과 구원의 문제를 다룬 소설 <순교자> 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재미 소설가 김은국(미국명 리처드 킴)씨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슐츠베리 자택에서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순교자>
1932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출생한 김씨는 평양고보에 재학중이던 1948년 월남,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한국전쟁 당시 육군 장교로 복무했으며 종전 후 1955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존스홉킨스대, 하버드대 등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1964년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문 소설인 첫 작품 <순교자> 를 발표했다. 순교자>
<순교자> 는 개성 부근의 한 교회를 배경으로 한국전쟁 발발 후 인민군이 진주해 개종을 강요당했던 목사들이 순교와 배교 사이에서 고뇌하는 과정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순교자>
한국적 상황을 토대로 신의 부재와 원죄 문제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후 한국어 독일어 등 20여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한국에서는 영화 연극 오페라 등으로도 만들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이 소설을 도스토예프스키와 카뮈의 문학이 보여준 도덕적ㆍ심리적 전통을 잇는 작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후 5ㆍ16쿠데타를 다룬 <심판자> (1968), 일제시대의 창씨개명 등 현실을 소재로 한 <잃어버린 이름> (1970) 등 조국을 무대로 한 소설을 발표하며 고난과 구원, 진리와 위선의 문제를 다룬 본격 작가로 호평받았다. 잃어버린> 심판자>
<김은국: 그의 삶과 문학> (2007)을 쓴 영문학자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고인은 1930년대에 미국에서 활약한 <초당> 의 소설가 강용흘 이후 '한국계 미국문학'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데 크게 이바지한 작가"라고 말했다. 초당> 김은국:>
김씨는 81~82년 풀브라이트재단 교환교수로 서울대 영문과에서 1년 간 강의했으며, 중앙아시아 지역 고려인과 재중동포들의 역사와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포토에세이집 <소련 중국 그리고 잃어버린 동족들> (1989)도 출간했다. 1990년대 초에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는 카피의 광고에 출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련>
유족은 덴마크계 미국인 2세인 부인 펜니 김과 1남 1녀가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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