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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순교자'의 작가 김은국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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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순교자'의 작가 김은국씨 별세

입력
2009.06.2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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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인간의 고난과 구원의 문제를 다룬 소설 <순교자> 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재미 소설가 김은국(미국명 리처드 킴)씨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슐츠베리 자택에서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1932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출생한 김씨는 평양고보에 재학중이던 1948년 월남,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한국전쟁 당시 육군 장교로 복무했으며 종전 후 1955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존스홉킨스대, 하버드대 등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1964년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문 소설인 첫 작품 <순교자> 를 발표했다.

<순교자> 는 개성 부근의 한 교회를 배경으로 한국전쟁 발발 후 인민군이 진주해 개종을 강요당했던 목사들이 순교와 배교 사이에서 고뇌하는 과정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한국적 상황을 토대로 신의 부재와 원죄 문제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후 한국어 독일어 등 20여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한국에서는 영화 연극 오페라 등으로도 만들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이 소설을 도스토예프스키와 카뮈의 문학이 보여준 도덕적ㆍ심리적 전통을 잇는 작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후 5ㆍ16쿠데타를 다룬 <심판자> (1968), 일제시대의 창씨개명 등 현실을 소재로 한 <잃어버린 이름> (1970) 등 조국을 무대로 한 소설을 발표하며 고난과 구원, 진리와 위선의 문제를 다룬 본격 작가로 호평받았다.

<김은국: 그의 삶과 문학> (2007)을 쓴 영문학자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고인은 1930년대에 미국에서 활약한 <초당> 의 소설가 강용흘 이후 '한국계 미국문학'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데 크게 이바지한 작가"라고 말했다.

김씨는 81~82년 풀브라이트재단 교환교수로 서울대 영문과에서 1년 간 강의했으며, 중앙아시아 지역 고려인과 재중동포들의 역사와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포토에세이집 <소련 중국 그리고 잃어버린 동족들> (1989)도 출간했다. 1990년대 초에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는 카피의 광고에 출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족은 덴마크계 미국인 2세인 부인 펜니 김과 1남 1녀가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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