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뉴스 분석/ 정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뉴스 분석/ 정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입력
2009.06.25 23:48
0 0

올 하반기는 우리 경제에 '분수령'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하는 동시에, 위기 이후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책적 대응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들이 25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도 이런 고심이 잔뜩 묻어난다. 그 핵심은 확장적인 거시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지만, 한시적으로 시행된 긴급위기대책은 서서히 거둬 들이겠다는 '투 트랙' 전략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정부의 경기 진단에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우선 지표 전망은 꽤 낙관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당초 '–2% 내외'에서 '-1.5% 내외'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당초 예상(0.7%)을 크게 뛰어넘는 1.7%로 전망되면서, 연간 성장률도 다소 개선될 거라는 진단이다. 연간 일자리도 20만개 감소할 거라던 전망과 달리 감소폭이 10만~15만명에 그칠 것으로 조정됐고,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도 160억달러에서 250억달러 내외로 높아졌다.

그렇다고 경기 회복을 확신하지는 못한다. "언제쯤 경기회복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직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서…"(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라고 말끝을 흐릴 뿐이다. 아직 민간 부문의 자생적인 경기 회복력이 미약하고, 취약계층의 고용 부진은 장기화 가능성이 높고, 또 수출을 좌지우지하는 세계경제 회복 속도도 여전히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하반기에도 확장적인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경기 인식 때문이다. 서둘러 부양기조를 접고 이른바 '출구전략'을 조기에 폈다가는 가까스로 회복국면에 접어든 경기에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다만 하반기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추가 부양(재정확대)'보다는 '현상 유지' 쪽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출구 전략에 나서는 타이밍이다. "거시정책기조의 정상화는 경기회복 가시화 정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기 회복의) 시그널을 확인한 뒤에 출구 전략에 나선다면 이미 늦은 것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시그널이 없는데도 출구 전략에 나서는 것 역시 몹시 위험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때문에 정부는 거시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지난해 금융위기 발생이후 '비상대책' 차원에서 내놓았던 정책들은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생계구호대책이나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기한 만료 시 정상화 ▦정부나 한국은행이 지원한 일반 외화유동성 8월말까지 전액 회수 ▦주택담보대출 증가 대응 및 필요 시 대출기준 강화 등이 그런 것들이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각별히 유념할 또 하나의 대목은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강조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하반기 경제운용의 초점을 서민생활에 둬서 우선적으로 배려하라"고 지시했고, 정부는 내주 초 종합 서민지원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 계층인 서민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자세지만, 여기엔 'MB정부=부유층선호' 오해를 씻어내겠다는 정치적 배경도 깔려 있는 듯하다. 특히 현재 여권에선 실추된 국민적 지지회복을 위해 이 대통령의 애초 이미지였던 '서민성(性)' 복원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고, 이 대통령 역시 '중도(中道) 행보' '민생현장행보'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경제정책도 이런 기조와 맥을 같이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비과세감면(증세)논란에서도 불거졌던 것처럼, 악화된 재정여건과 시장ㆍ경쟁원리 하에서 서민지원책 찾기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 정부로선 여전히 부담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