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분야의 절대강자인 SK텔레콤이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컨버전스(융합)'를 모색하고 있다.
휴대폰으로 은행 업무를 하는 모바일 뱅킹부터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통신료를 할인해주는 제휴 마케팅, 그리고 신용카드사 지분투자까지 SK텔레콤의 금융을 향한 행보는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 금융권과 통신업계 양쪽에서 SK텔레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휴대폰에 은행을 심어라
SK텔레콤이 금융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포화상태에 이른 이동통신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기 때문. SK텔레콤은 문어발식 확장 차원이 아닌, 통신의 돌파구로 금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카드쪽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관심을 갖던 하나카드 인수는 금융지주회사법 때문에 무산됐지만, 카드사들과 일정 지분투자를 포함한 제휴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통신+카드'의 제휴가 기존 틀을 뛰어넘는, 단순히 플라스틱 카드에 들어 있던 기능을 휴대폰으로 옮기는 수준의 서비스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 사장은 "병콜라나 캔콜라나 콜라라는 점은 똑 같은 데 이런 방식의 제휴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객에게 콜라가 아니라 사이다를 줄 수 있는 방향의 제휴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드뿐 아니라 모바일 뱅킹, 모바일 증권 서비스는 이미 시작됐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3세대 휴대폰을 이용해 국민 우리 부산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이용자의 금융정보가 들어있는 범용 이용자 식별모드(USIM) 카드를 3세대 휴대폰에 장착하면 해당은행의 예금 조회, 계좌이체 등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이 서비스를 모든 은행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증권도 마찬가지여서, 금융 정보가 들어 있는 USIM카드를 3세대 휴대폰에 장착하면 SK, 한국투자, 동양종금, 굿모닝신한, 하이투자, 유진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에서 시세 조회, 주식 거래 등을 할 수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금융 서비스에도 관심이 높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지난해 3월 미국 시티은행과 50 대 50 비율로 모바일 머니 벤처스를 합작 설립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업체는 미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휴대폰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첫 번째 성과도 나왔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모바일 머니 벤처스는 25일부터 필리핀에서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현지 시티은행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필리핀의 시티은행 고객들은 휴대폰으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계좌이체, 결제 등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하게 됐다. 모바일 머니 벤처스는 다른 지역에서도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금융사 제휴 마케팅을 늘려라
서비스 뿐 아니라 마케팅 분야에서도 금융사들과 제휴가 활발하다. SK텔레콤은 이날 동부화재와 제휴를 맺고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면 통신료를 할인해 주는 'T프로미 멤버십 카드'를 다음달 1일부터 제공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그룹 관계사인 SK에너지와 SK네트웍스도 동참해 주유시 요금 할인, 무료 세차 등 연간 20만원 상당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은행, 기업은행, 현대카드와도 유사한 제휴 마케팅을 진행중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T캐시백' 신용카드에 가입하고 월 20만원 이상 사용하면 월 1만2,000원 한도내에서 휴대폰 요금을 할인해준다. 또 현대카드와 함께 내놓은 'T&M더블카드'로 이동통신료를 자동이체하면 월 1만2,000원 내에서 할인해 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300만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제휴 마케팅은 통신과 금융 양쪽 시장에서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그만큼 통신-금융 융합 서비스에 기대가 크기 때문에 조직 개편 및 사업 발굴 등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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