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시위대 강경 진압과 개혁파 지도자 체포에 나선 가운데 25일로 예정됐던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가 무산됐다. 하지만 이란 내 개혁파 최고 원로인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가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을 계속하면 현 체제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보수파와 개혁파 간의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몬타제리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내 삶의 열매'라고 부를 만큼 아끼는 제자였으며 공인된 그의 후계자였다. 하지만 혁명 후 호메이니의 강경노선에 반대하다 1989년 실각했고, 호메이니는 알리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이후 몬타제리는 오랜 기간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으나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처럼 개혁파의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해왔다. 몬타제리는 AFP통신에 보낸 성명서에서 "이란 국민들이 평화적으로 모여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억압한다면 그 정부는 아무리 막강한 물리력을 가졌더라도 전복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24일 테헤란 대통령궁에서 열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재선 축하 모임에 이란 의회 의원들이 대거 불참해 아미디네자드 대통령의 입지가 확고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영국의 BBC방송은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모임에 의원 290명이 초청 받았지만 무려 105명이 불참함으로써 이란 지도층의 분열이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한편 개혁파 메흐디 카루비 국회의장은 "장소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5일로 예정된 추모집회를 다음 주로 연기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행사 취소는 24일 테헤란 도심부에 모인 수백명의 시위대를 수천명의 경찰과 바시지 민병대가 과격하게 진압한 이후 나온 것이다.
이란 정부는 시위 주도자들을 엄벌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개혁파 성향의 교수, 언론인, 정치인 등 지도급 인사 140여명을 체포하는 등 탄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체포된 개혁파 저명인사 71명의 명단을 보도하기도 했다.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웹사이트는 "70명의 개혁파 학자들이 무사비 전 총리와 회동한 직후 모두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무사비 후보의 사무실도 폐쇄했다. 하지만 무사비 전 총리는 웹사이트를 통해 "선거 철회 주장을 굽히라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이 하던 말을 되풀이 한다"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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