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에게 죽음을…."
이란 반정부 시위대의 과녁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로 옮겨가고 있다. 이란에서 하메네이는 지상신의 대변자로 여겨지는 절대 권력자이다. 그의 말이 곧 법이어서 감히 그의 뜻을 어기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절대 지도자 하메네이가 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정국 혼란으로 시민사회에서 '최고 독재자'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1989년 최고 지도자가 된 하메네이는, 이번 사태가 있기 전까지 20년 동안 단 한번도 권위를 도전받지 않았다. 대선 이후 부정선거 논란 속에서도 '신의 뜻'이라며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재선을 확정했다. 이후 재선거를 요구하며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나자 "더 이상의 시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군대까지 동원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실제로 하메네이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다음날(20일) 이란 경찰은 시위 진압을 위해 최루탄, 물 대포, 공포탄을 동원했다. 시위대가 촬영한 현장 사진과 동영상에는 치안당국의 총격으로 사망한 여성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이제 시위대는 하메네이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테헤란 거리에는 1979년 이슬람혁명 때처럼 "내 형제를 죽인 자는 누구든 죽이겠다"는 절규가 등장했고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도 나타났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알리 네이더 연구원은 "부정선거 논란이 그의 종교ㆍ정치적 위상을 더욱 잠식할 것"이라며 "이는 하메네이가 혁명수비대에 더 의존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하메네이가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그는 24일 TV 연설에서 "대선 결과에 반발하는 어떤 압력 때문에 정권이 굴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AP통신은 "하메네이가 부정선거 시위에 대처하는 방식이 앞으로 최고 지도자 지위를 수행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만큼 큰 오점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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