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탤런트 고 장자연 씨의 유서를 둘러싸고 '연예인 술시중과 성접대'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으나 경찰 수사는 석연치 않게 마무리됐었다. 경찰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장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 모씨가 해외 도피 중이어서 더 이상 수사할 수 없다고 얼버무렸는데, 그가 일본 도쿄에서 검거돼 조만간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다.
2개월간의 수사를 정리하면서 경찰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600여명의 참고인을 조사했고, 온갖 첨단 수법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주요 수사대상자 20명을 지목했으나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들 중 일부만을 접대강요,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입건하는 데 그쳤다. 사건의 핵심이 미궁에 빠졌음은 물론 혐의를 받았던 외부의 이런저런 압력이 많았다는 소문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김씨가 송환되면 경찰이 새롭게 밝혀야 할 의혹은 명백하다. 장씨가 남긴 문건에 등장했고 주변의 진술로 술자리 동석 등이 확인됐지만 결정적 증거나 증언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 중지된 인물들에 대한 의혹이다. 연예계의 '성접대ㆍ성상납' 고질적 병폐와 직접 연관될 수도 있어 철저한 사실 확인이 불가피하다. 이들 중에는 언론계와 재계의 유력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의혹을 의혹에 머무르게 하지 말고 진실을 진실되게 밝히는 명확한 수사가 이어져야 한다.
경찰은 "김씨를 통해 혐의가 드러나면 내사종결자 등도 다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씨 사건은 그를 자살에 이르게 한 주변의 행위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파렴치한 행태의 '알려진 비밀'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사건의 성격으로 인해 어이없이 소문에 오르내릴 수도 있고 개인의 명예가 훼손될 수도 있다.
경찰이 문건에 나오는 인물에 국한해 수사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수사대상자에 대해서는 김씨 소환을 계기로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선 안되며, 이른 시일 안에 '소문만 남기는 중간수사'가 아니라 '모두가 납득하는 최종수사'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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