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적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수와 진보는 이념적 양 극단으로 갈려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대한민국을 분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동력을 훼손시키는 주범이다. 갈등을 융화, 통합시키기 위한 중도층이 두꺼워지고 건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것은 바로 이런 혼돈 상황 때문이다.
지난해 쇠고기 파동을 거치며 확연해진 정치적 양극화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이후 한층 심각해졌다. 이를 웅변하는 장면들은 너무도 많다. 당장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빈소를 찾은 여권 정치인이 조문도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했고, 조문 기간 시민들은 정부분향소보다는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에 몰렸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 때는 반정부 구호가 들끓었고, 그 이후 정부는 경찰버스로 서울 광장을 에워쌌다. 한쪽에서는 "정치적 타살"이라고 몰아세웠고, 다른 한쪽에서는 "죽음마저 정략적으로 활용하지 말라"고 반격했다.
조문 정국 이후에도 사회 갈등과 분열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지성의 전당인 학계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 교수 124명이 '민주주의 후퇴'를 주장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낸 것을 계기로 시국선언문 발표는 전국 대학으로 번졌다.
그러자 보수 성향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 회원 128명이 "일부 교수들의 의견이 과장되고 있다. 민주주의 후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라며 반대 시국성명서를 냈다. 종교계와 문화계도 이 같은 갈등을 겪었다. 이 와중에 각 분야에서 막말과 비방전으로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는 일도 벌어졌다.
언론도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고, 노사도 최저임금 결정 문제를 둘러싼 대립에서 보듯 서로 상생의 길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 갈등과 대립의 중심에 정당이 서 있다는 대목이다. 정당이 사회의 갈등을 흡수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분열의 분위기에 편승해 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최근 대화와 타협의 미덕을 찾기보다는 사사건건 충돌만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내 계파 갈등과 쇄신 논란 등 집안 싸움에 골몰하며 야당을 설득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민주당은 조문 정국에 편승해 강경 투쟁 일변도로만 가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후퇴" "독재" 등의 과격한 용어를 동원해 여권을 몰아세우며 국회 밖으로 돌고 있고, 한나라당은 "정략에 골몰한 시대착오적이고 편향된 구호와 선동"이라고 비난하며 야당을 끌어안으려 하지 않는다. 이 싸움에 김대중 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도 가세했다.
여야가 서로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급기야 6월이 다 지나도록 6월 임시국회 문도 열지 못한 채 또 다시 충돌 직전으로 스스로를 내몰았다. "무력한 여당과 거리정치에 편승한 야당, 정치력 없는 정치권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뼈아픈 비판도 여야 모두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 양상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으며 정당이 그 정점 위에 서 있다. 정당 간의 이념적 거리가 멀면 멀수록 그 사회의 불안은 커진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며 "양측이 공존할 수 있는 공유의 영역을 더 확장하는 노력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보수 진보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며 사회적 완충지대로서 중용의 영역, 중도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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