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고별전이었다.
한때 세계 무대를 호령했던 전 남자 테니스 세계 1위이자 두 차례 메이저대회(2000 US오픈, 2005 호주오픈) 왕관을 거머쥔 마라트 사핀(29ㆍ세계24위ㆍ러시아). 2009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로 한 사핀에게 이번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고별 무대였다. 지난해 윔블던에서는 아쉽게 4강에서 로저 페더러에게 패했던 터라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사핀은 24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남자단식 1회전에서 미국의 무명 제세 레빈(세계133위)에게 1-3(2-6 6-3 6-7 4-6)으로 져 탈락했다.
4-3으로 앞선 3세트 타이브레이크 상황에서 인아웃 판정을 둘러싸고 격분하다가 자기 페이스를 잃어버린 게 못내 아쉬웠다. 라켓을 내동댕이치는가 하면 수 차례 주심과 고성을 주고 받았고, 결국 1회전 탈락의 쓴맛을 봤다.
사핀은 "역대 테니스를 보면 목표 달성을 못한 이들이 많다. 애거시는 15개 메이저 왕관을 썼어야 했고, 샘프러스는 20개 메이저를 제패했어야 했다. 나도 (윔블던에서) 더 이겼어야 했다. 그래도 내가 한 것들에 만족한다"며 씁쓸히 잔디코트를 떠났다.
사핀의 6살 터울 여동생 디나라 사피나(세계1위ㆍ러시아)가 윔블던에서 못다 이룬 오빠의 한을 풀어줄 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두 차례 프랑스오픈과 올초 호주오픈에서 잇달아 준우승에 그치며 '메이저대회 무관의 여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단 사피나는 로데스 도밍게스 리노(72위ㆍ스페인)를 2-0(7-5 6-3)으로 누르고 2회전에 진출했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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