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농사, 햇볕농사, 바람농사, 지열농사… 지구를 살리는 농사가 한창인 마을이 있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 지열 등을 이용해 생산된 에너지가 이 농사의 수확물이다. 이들 자연에너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를 부르는 기존의 석유, 석탄 등 고갈자원에너지와 달리 재생이 가능하다.
전북 부안의 등룡마을, 경남 산청의 민들레공동체 등이 이 착한 에너지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며 보급 운동을 하고 있다. 이 마을들은 일반 대규모의 태양광, 풍력 단지와도 차이가 있다.
"요즘의 대규모 대안에너지단지는 오히려 만들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 수용성이 떨어져 그 장점이 살아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의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이 필요합니다."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이유진 국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이 마을들은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시스템을 만들고 사용해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자립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산청 민들레공동체 마당 앞, 깔깔거리는 개구쟁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자전거 발전기에 올라탄 아이들이 누가 가장 많은 전기를 만드는지 내기를 하고 있다. 뒤편 쉐플러태양열조리기에선 점심밥이 다 됐다며 압력밥솥이 딸랑 거리고 태양열 오븐에선 국이 끓고 있다.
이들 모두 공동체 내 에너지 농장 사업체인 대안기술센터에서 만든 것이다. 마을에는 볏짚을 쌓고 황토를 다져 만든 스트로베일하우스도 곳곳에 보인다. 이는 냉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생태건축법이다.
부안 등룡마을에는 주민들이 건설한 시민발전소가 있다. 발전소 이현민 소장이 보여준 통장에는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팔아 입금된 내역이 기록돼 있다. 태양광발전소가 햇빛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지열발전과 태양열온수, 풍력발전 장비도 마을 곳곳에 있다.
하지만 아파트와 같은 곳에선 이런 시설을 설치해 사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광주 신안동 모아아파트에선 생활 속 에너지를 절약해서 이산화탄소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각 가정의 대기전력 사용량을 측정해 전기를 절약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음식물쓰레기는 지렁이를 이용해 퇴비화해 이를 처리하는데 쓰이는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평소 전기를 한달 10만원 넘게 쓰는 가정의 경우 대기전력을 아끼는 것만으로도 3만~4만원이 절약된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1Kg을 처리하면 894Kg의 CO2가 배출되는데 이를 줄이면 322그루의 나무심기 효과가 있다.
"최근 들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주문도 늘고 견학도 많이 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편리하게 쓰는 에너지 양을 충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전기제품의 크기를 줄이는 등 생활습관의 변화와 함께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전환이 함께 필요합니다."
실제로 태양광발전기 등을 설치 후 에너지를 더 쓰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 산청 대안기술센터 이동근 소장 말처럼 단순히 경제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절약한다는 개념보다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글·사진 = 김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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