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중도를 지향하거나 자처하는 유권자는 대략 40% 수준이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지난 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성향을 '중도'로 규정한 응답자는 38.9%에 이르렀다. '진보'와 '보수'라는 대답은 각각 28.0%, 27.2%였다.
이 조사는 성인남녀 1,000명에게 '대단히 진보적이면 0점, 중도적이면 5점, 대단히 보수적이면 10점'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0~10점 범위 내에서 대답하도록 했다. 5점이라고 응답한 사람을 '중도'로 규정하고 0~4점으로 응답한 사람은 '진보', 6~10점까지 응답한 사람은 '보수'로 평가했다. 4점(6.4%)과 6점(7.2%)이라는 응답까지 중도에 포함시킬 경우에는 중도층은 52.5%까지 확대된다. 중도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든 우리 사회에서 중도층이 보수층이나 진보층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우리 국민의 이념성향을 처음 조사한 2002년에도 중도는 38.6%, 진보는 24.9%, 보수는 34.7%로 나타났다. 다만 7년 전에 비해 보수가 줄고 진보가 약간 증가한 것은 이번 조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에 실시됐다는 점과 어느 정도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 결과를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중도가 40% 이상으로 늘어났다. 서울의 경우 중도는 43.0%에 이르렀고, 진보와 보수는 각각 27.0%, 26.6%였다. 인천ㆍ경기에서는 중도 43.3%, 진보 27.8%, 보수 24.5%였다. 충청권에서는 중도 42.9%, 진보 25.7%, 보수 19.6%였다.
그러나 호남권에서는 진보가 37.2%로 중도(27.8%)나 보수(24.8%)보다 더 많았다. 반면 영남권에서는 중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보수가 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대구ㆍ경북에서는 중도가 37.4%였고, 진보와 보수는 각각 23.2%, 32.3%였다. 부산ㆍ경남ㆍ울산에서는 중도 35.4%, 진보 26.9%, 보수 32.8%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45.3%)와 40대(44.8%)에서 중도가 가장 많았다. 20대에서는 진보 42.4%, 중도 33.9%, 보수 20.5%로 진보가 가장 많았으나, 60대 이상에서는 진보 14.3%, 중도 33.4%, 보수 32.9%로 보수층의 비중이 컸다.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는 보수가 43.6%로 가장 많았고, 중도(34.0%) 진보(16.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중도가 37.5%로 가장 많았고 진보와 보수는 각각 35.6%, 22.7%로 나타났다.
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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