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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목회자 1,000인 시국선언' 황필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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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목회자 1,000인 시국선언' 황필규 목사

입력
2009.06.2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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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지지운동을 했다고 청와대 들락거리면서 마치 킹메이커라도 된 것처럼 행세하는 목사님들이 있습니다. 또 몇몇은 아예 거리로 나와 뉴라이트 같은 이념활동도 벌입니다. 나라와 대통령에게도 바람직하지 않고, 개신교에도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히고 있습니다. 정치 행보 하지 말고, 뉴라이트도 해체해야 합니다."

원로 목사들의 일방적 친 정부 행태와 관련해 개신교 교단 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목사) 소속 대형교회 원로 목사들은 잇단 시국선언을 통해 정쟁 중단과 국가안보ㆍ경제안정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공동의장 정진우 목사) 등에서 활동 중인 1,024명의 목사들은 18일 별도 모임을 갖고 발표한 '개신교 목회자 1,000인 시국선언'에서 "이명박 정권과 함께 기독교가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어가는 작금의 현실은 너무 부끄럽고 통탄스럽다"며 현 정부와 원로 목사들을 정면 비판했다.

개신교 목회자 1,000인 시국선언의 실무를 준비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정의평화국장 황필규(52) 목사는 "지금 우리 사회는 소통이 막히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개신교 원로들만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며 "지난 어버이날 원로들을 모시고 시국에 대한 의견을 구했으나 '기다려 보자'거나 '흔들지 말자' 같은 말씀만 하더라"고 말했다.

황 목사는 "'하나님이 세운 대통령'이라는 말처럼 이명박 대통령은 개신교도의 절대적 지지로 당선됐고, 지금도 개신교 목사 80~90%가 여전히 지지한다"며 "하지만 이런 지지를 등에 업은 일부 목회자들의 지나친 정치 행보가 오히려 정부와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신교는 우리 역사의 고비마다 정의의 편에 서서 영성을 지켜왔다"며 "그러나 요즘 개신교는 용산참사나 경제 양극화, 남북관계 경색 등 실정에 대해 바르고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뉴라이트에 대해 황 목사는 "힘 없는 자, 가난한 자와 함께 했던 과거의 사회운동에 비해 정당성도 명분도 모호한 일"이라며 "성직자들이 거기까지 나서는 것은 안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개신교가 사회적 공감을 넓혀가려면 이념 갈등의 당사자가 되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철저한 자기개혁과 함께 생명ㆍ평화운동 같은 보편적 가치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 목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회의 성장주의, 날만 새면 터져나오는 교회 분규와 목회 세습 시비 등을 바로잡는 진지한 노력이 교회로서는 섣부른 세속 정치보다 급한 문제"라며 "이와 함께 지역공동체 내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신앙의 본령을 회복하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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