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밑에 서면 림을 부술 듯한 호쾌한 덩크슛을 내리꽂았고, 3점슛 라인 밖에서는 그림 같은 포물선으로 3점슛을 터뜨렸다. 수비수가 이중으로 달라붙으면 동료에게 맛깔스러운 어시스트 패스를 건넸다. 한국의 찰스 바클리, 매직 히포, 포인트 포워드라는 애칭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현주엽(34ㆍ195㎝ 100㎏ㆍ창원 LG)이지만 끝내 무릎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LG 구단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주엽이 은퇴를 결정했다. 현주엽은 구단의 지원 아래 지도자 연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휘문고-고려대를 졸업하고 1998년 청주 SK(현 서울 SK)에 입단한 현주엽은 지난 시즌까지 성인무대(대학+프로)만 15년을 호령했다. 현주엽은 프로 9시즌 동안 397경기에 출전, 평균 13.3점 4.1리바운드 5.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현주엽은 고교 시절 1년 선배 서장훈(인천 전자랜드)과 함께 휘문고 전성시대를 열었고, 대학 진학 후에는 전희철(서울 SK 2군 감독) 양희승(은퇴) 김병철(대구 오리온스) 신기성(부산 KT) 등과 함께 '막강 고대'를 이끌었다.
프로 입단 후에도 현주엽의 명성은 퇴색되지 않았다. 때로는 파워포워드로, 때로는 슈터로, 때로는 포인트가드로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국내선수로는 최다인 7차례의 트리플 더블은 '올라운드 플레이어' 현주엽을 한마디로 잘 대변해준다.
'천하의 현주엽'이지만 안타깝게도 우승컵은 품어보지 못했다. 농구대잔치 시절 라이벌 연세대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을 구경만 해야 했고, 프로 입단 후로도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현주엽이 '무관의 제왕'으로 불렸던 이유다.
우승의 한을 남기고 코트를 떠나게 된 현주엽. 그의 발목은 잡은 것은 악령 같은 무릎 부상이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그는 수도 없이 왼 무릎에 칼을 대야 했고, 올해도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지난 5월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았고, 결국 유니폼을 반납하게 됐다.
한편 현주엽과 함께했던 '고대 전성기' 멤버들 가운데 남은 현역은 김병철과 신기성뿐이다. 전희철은 지난 시즌 후 은퇴와 함께 지도자로 변신했고, 양희승도 지난 23일 은퇴를 선언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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