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를 혼돈에 빠뜨린 금융 위기의 원인 제공자는 아이비리그 경영전문대학원(MBA) 출신들이었다. 오직 돈이 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냈던 그들에게 윤리 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윤은기(58)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총장은 23일 경영 책임자들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없었던 탓에 결국 전 세계가 위기에 빠졌다며 안타까워 했다. 평소 기업 경영에서 윤리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그는 스스로를 '윤리 경영 전파자'라 불렀다.
윤 총장은 "모든 건 기술이 아니라, 마음에 달렸다"며 "전략에 매몰되면 윤리를 잊기 쉬운데 조직 밖은 물론 조직 안에서도 내부 고발자가 나오고 기업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악한, 독한, 강한, 착한 기업 중 성공은 착한 기업의 차지였다"며 "신뢰는 그 어떤 것보다 강한 경쟁력을 지니며 장기적으로 볼 때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들이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윤리 서약, 헌장 등을 내놓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기 마련"이라며 "정작 일이 터진 후에 윤리위원회를 급히 만들거나 관련자를 징계하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윤 총장은 중소기업과 공기업의 모럴해저드 (도덕적 해이)가 큰 문제라 했다. 대기업은 주주, 사외이사 등 감시와 견제 장치가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공기업은 그렇지 않다는 것. 게다가 중소기업은 사주가 독단으로 경영하기 쉽고 도덕성 결여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윤 총장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윤리적 판단과 행동은 순간에 일어나며 이는 평소 길들여진 습관에서 비롯한다고 했다. 윤리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내에서 처음 석ㆍ박사 중심의 경영전문대학원을 표방하는 aSSIST는 설립 이념 중 윤리를 가장 강조하고 있으며 윤리경영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 동안 교육을 통해 윤리 의식의 기초를 탄탄히 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반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윤리 교육은 '가랑비에 옷 젖듯' 꾸준히, 오랫동안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그래서 마련한 게 '5분 윤리 특강'이었다. aSSIST는 지난해부터 교수들이 모든 경영학 수업 시간에 앞서 5분 동안 윤리에 대해 가르친다.
이 내용은 교내 웹진에 올려 모든 교직원이 공유하고 수정 보안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교수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윤리 특강의 내용을 교수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윤 총장은 윤리 특강의 내용 중 일부를 묶어 이 달 초 <재미 있는 윤리 경영 이야기> 라는 이름의 책을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 그는 1년에 2차례 이상 시리즈로 책을 낼 계획이다. 재미>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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