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이른바 '중도 강화론'은 계층별로는 친서민, 이념적으로는 보다 왼쪽으로 클릭 조정하자는 게 골자다. 그간의 우파적 정책을 통해 보수층에서는 안정적 지지기반을 굳혔다고 보고, 이념적으로 유연한 중도층을 겨냥해 지지 세력 넓히기에 나선 것이다.
이는 '보수 정부' '부자 정권'이란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않고서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의 소산이지만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중도 강화는 자칫 무늬 변화만 꾀하는 이미지 정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 때 중도층의 지지로 압승을 거둔 것처럼 당시의 중도실용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그간 전통 지지층인 '집토끼'를 잡고자 일정 정도 오른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경제 외교에서 틀을 잡아가고 있는 만큼 중도를 화두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중도 강화론은 한국 사회가 주요 이슈에 대한 극단적 좌우 대립 때문에 갈등만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에서 출발했다. 현안마다 찬반으로 갈라서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사회적 통합도, 국가 발전도 기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합리적, 실용적 중도 세력이 사회의 중심에 서야 하고, 정부는 이들을 위한 정책을 앞세워 우군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청와대는 생각하는 큰 틀의 중도세력은 '침묵하는 다수'다. 현안별로 즉각 반응하기보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계층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서민ㆍ중산층과 젊은 층을 염두에 두고 있다. 21일 단행된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의 인사를 충청 출신으로 내정한 것도 지역적으로 중간 지대인 충청권을 아우르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 대통령은 먼저 이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려 하고 있다. 종교계와 언론계 등 여론주도층은 물론, 보통 샐러리맨 등과도 만날 계획이다.
또 친서민행보를 위해 재래시장 등 일선 현장을 적극 찾아 다닐 생각이다. 청와대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점퍼를 걸치고 재래시장과 중소기업 공장지대를 방문해 국민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향후 정부 정책 방향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비정규직들의 처우 개선과 마이크로 크레디트 뱅크(무보증 소액신용대출은행) 정책 강화를 지시했고,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서민들 보금자리 주책 대책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친서민 정책 강화다.
그러나 전망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 대통령의 통치 방식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협치(協治)의 빈곤을 꼽는 이들이 많다. 이번 중도 강화로의 선회도 정부의 일방적 발표만 있었다. 현재의 이념적 분열 현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과 함께 정부가 자성할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빠졌다.
정책 방향의 수정에 앞서 상대쪽, 반대편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체질을 먼저 변환해 가는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한시적인 선언적 메시지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중도 강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밑그림을 먼저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가는 단계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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