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자동차 본사 인근에서 포드사 의결권의 40%를 보유한 포드 가문회의가 열렸다. 포드 가문회의는 지난 20여년간 3개월에 한번씩 개최됐다. 경쟁사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신청 문턱에 서 있었고 포드의 운명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기였던 만큼 이날 회의는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10년 전 22억달러 수준이었던 포드 가문 보유주식의 가치 역시 1억4,000만달러로 떨어져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앨런 멀랠리 최고경영자(CEO)에게 신랄한 질문을 퍼부었지만 결국 창업자 헨리 포드의 4대손이자 1999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는 윌리엄 포드와 멀랠리 CEO로 이어지는 현 경영진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는 또 230억달러의 자금 확보를 위해 포드사의 모든 자산을 담보로 제공키로 했다. 5대에 걸친 포드가의 가업이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었지만 과감한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 포드는 GM, 크라이슬러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포드 가문의 이 같은 확고한 뒷받침이 미국 자동차 '빅 3' 중 유일하게 파산보호 신청을 피한 포드의 생존 비결이라고 23일 보도했다.
미시간대학의 경영사 학자인 데이비드 L. 루이스는 "포드 가문이 기업 안정을 위한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으며 포드 가문은 GM이 갖지 못한 포드사의 위대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포드 가문의 정례회의는 1987년 창업자의 3대 손 헨리 포드 2세가 사망한 직후 시작됐다. 현 회장 윌리엄 포드 등 4대 손 13명과 5대 손까지 포함한 35명이 회의 멤버다. 헨리 포드 2세의 독자인 에드셀 포드 2세는 "가문회의는 군대의 출동명령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멤버 중 5명이 포드사의 중역을 맡고 있는데 에드셀의 아들이자 창업자의 장손인 헨리 포드 3세도 차근차근 최고경영자 수업을 받고 있다.
가문 회의는 포드사가 기로에 설 때마다 방향타 역할을 했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가시화하던 2007년에는 일부 가족이 가족 지분 매각 방안을 전문가에 의뢰하려 했지만 나머지 가족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물론 포드사 역시 올해 1분기에만 14억달러의 적자를 내는 등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포드 가문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윌리엄 포드 회장은 "만일 우리 가족이 포드사를 투자 대상으로 생각했다면 지분을 벌써 매각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회사를 헌신할 대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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