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국민이 학원비 과외비 등으로 지출한 사교육비는 무려 20조9,000억원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23만3,000원 꼴이다. 중산층과 서민층은 사교육비 부담에 이미 허리가 휘었다. 그런데도 점수 경쟁을 부추겨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은 속속 시행되고 있다. 학부모의 불안감은 커지고, 사교육이 그 불안감을 교묘히 파고 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국무회의에서 사교육비 절감 등 교육개혁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사교육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면전에서 질타했다. 어제 시ㆍ도 교육감 초청 간담회에서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공교육 활성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학이 성적 위주의 학생 선발 방식을 개선, 초중등 과정에서 다양하고 의미있는 교육활동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육 살리기와 사교육비 경감을 병행해야 한다는 방향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교육정책의 기본방향 및 목표와 정책실현을 위한 제도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한 느낌이다. 자율과 경쟁이라는 정책 방향과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정책 목표는 현실적으로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국제중,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 설립으로 사교육을 부추기면서 사교육비 경감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대학 진학률 등 학교정보 공개, 고교 선택제 등으로 입시교육을 조장하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입학사정관제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선발기준이 제시되지 않는 한 성적 위주의 입시 현실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이 같은 정책 난맥상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어떤 처방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오히려 논란과 부작용만 일으킬 것이다. 교과부는 교육정책의 무게중심을 종전대로 경쟁에 둘지, 공교육 정상화를 포함한 학교 교육의 획기적 개선으로 옮길지를 먼저 깊이 검토해야 한다. 대통령의 질책에 화들짝 놀라 미시적이고 대증요법적인 사교육비 대책 마련에 급급해서는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더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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