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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영웅이었나… "순교 준비" 개혁세력 이끌던 무사비 행보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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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영웅이었나… "순교 준비" 개혁세력 이끌던 무사비 행보 주춤

입력
2009.06.2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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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비는 우연한 영웅에 불과했나.'

대규모 유혈사태 이후 이란 테헤란은 적막감에 휩싸였다.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상징하던 녹색 물결은 사라지고 있다. 혁명수비대까지 동원한 이란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반정부 시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무사비 한계론이 나오고 있다고 AP통신은 24일 전했다.

무사비는 12일 대선에서 낙마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재선거 열풍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퇴진을 원하던 개혁 세력들의 호응을 받으며 이란 전국을 강타했다. 이슬람혁명 이후 30년 만에 최대 규모로 모인 개혁세력은 시위의 선봉에 무사비가 있을 것으로 믿었다. 무사비도 "순교자가 될 준비가 됐다. 내가 체포되더라도 전국 규모의 총파업을 계속 벌여야 한다"며 기대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이후 무사비는 시위의 방향을 제시하는 카리스마를 보이기는커녕 정부와 신정(神政)체제에 끌려다녔다. 민병대의 발포로 시위대 수십명이 숨지는 상황에서도 "경찰, 민병대도 우리 형제다" "법 테두리 안에서 목적을 달성하자"라며 유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태도는 개혁세력이 온건파와 급진파로 분열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미국 스트레이어대학의 라술 나피시 교수는 "그는 흐름이 만들어낸 우연한 영웅"이라며 "개혁파 지도자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무사비는 1980년대 9년간 총리를 역임하는 등 주류사회에서 줄곧 2인자 역할을 맡아왔다.

한편 현 소강국면을 사태 종결로 간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저 코헨은 "1979년 혁명 당시 이란 국민은 무려 1년간 투쟁하면서 팔레비 왕조를 몰아냈다"며 "이제 시위의 첫 단계가 끝나는 듯하지만 이는 '끝의 시작'이 아니라 '시작의 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권위가 추락했고, 현 정부에 대한 순수 지지도가 20%에 불과한 상황에서 반정부 투쟁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개혁파는 25일 희생자 추모집회를 다시 준비하면서 이란 치안당국에 맞설 태세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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