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유통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큰 프랑스 오샹(Auchan)의 구매 담당 임원이 지난달 칠판과 물분필(칠판용 펜)을 만드는 한국의 중소기업(와이즈앤블루)을 찾았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특수 잉크를 사용해 몸에 전혀 해롭지 않고 쓰자마자 곧바로 지울 수 있다. 지울 때도 가루나 유해 물질은 전혀 없다'는 물분필의 제품 설명서 내용이 과연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임원은 칠판에 물분필로 쓴 글씨가 가로도 날리지 않고 한 순간에 지워지는 것을 보더니 "대단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며 프랑스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달 초 오샹은 이 회사와 독점공급 계약을 맺었다. 와이즈앤블루의 김지현 이사는 "수십 가지 식물로 잉크를 만들기 위해 3년 넘게 실험을 진행했다"며 "미국 사무용품 업체 '스테이플스', 유통체인 '베스트바이' , 샤프로 유명한 일본의 펜탈과도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가루 없는 분필 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각도로 접을 수 있는 선풍기, 고체로 된 잉크,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바닥재, 뜨거운 아이스크림 등 고정 관념을 뒤집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제품은 '신기하다'는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 친환경, 비용 절감 등 경제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에디슨'이라는 이름의 접는 선풍기는 첫 선을 보인 19일 TV 홈쇼핑에서 15분 만에 300대가 팔리는 등 출시 5일 만에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값싼 중국산 선풍기에 비해 2배 이상 비싸지만 선풍기의 높이와 각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로 접는 선풍기를 만들어 낸 이 순 사장은 "선풍기는 3개월 쓰고 9개월 보관하는 제품인데, 수납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 게 불편해 이를 해결해 보려 했다"라며 "툭 튀어나온 모터를 망 안으로 집어넣고 선풍기 봉도 가운데가 아닌 옆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한화L&C가 내놓은 '명가 매직'은 말 그대로 온도에 따라 요술을 부린다. 보통 회색을 띠고 있던 바닥재가 섭씨 31도를 넘으면 갈색으로 변한다. 회사 관계자는 "바닥재 안에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특수 잉크를 집어 넣었다"며 "방마다 따로 난방을 할 경우 색의 변화로 난방이 되는지 여부를 알 수 있어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후지제록스의 '고체(솔리드) 잉크'도 불황기 인기 제품 중 하나. 크레용 모양의 이 잉크는 토너 교체 없이 잉크만 갈아 끼면 되고 출력물의 질도 액체 잉크보다 뛰어나다. 또 식물성 팜유로 만들어 토너 가루가 날리지 않고 오존도 전혀 배출되지 않아 병원, 유치원, 연구실 등에서 많이 찾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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