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사진 시대를 연 전설적인 필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아날로그를 밀어내는 디지털 시대의 비극이다.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최후를 맞는 필름은 이스트먼 코닥의 간판 제품인 '코다크롬'. 카메라 필름의 상징인 코닥을 유명하게 만든 제품이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이스트먼 코닥은 간판 필름인 코다크롬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코닥 측은 "판매율이 저조해 더 이상 코다크롬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닥이 1935년에 처음 내놓은 이 필름은 최초의 컬러 필름은 아니었지만, 현상 때 외부에서 색소를 입히는 방법을 사용해 마치 실물을 보는 것처럼 풍부한 색을 보여줘 컬러 사진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덕분에 1950~60년대 사진작가 및 영화 촬영감독,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기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미국 팝가수 폴 사이먼은 이 필름을 소재로 같은 제목의 노래를 히트시키기도 했다.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암살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에도 이 필름이 사용됐다.
대신 이 필름은 코닥이 지정한 곳에서만 현상이 가능해 필름 값에 아예 현상비가 포함돼 있다. 현재 코다크롬 필름을 현상해주는 곳은 전 세계에서 미국의 드웨인 한 곳 뿐이다.
이 필름의 성공으로 코닥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했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를 이루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한때 카메라 필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던 코닥은 현재 후지필름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급기야 코닥은 1월에 약 4,000명의 직원을 정리 해고했다. 현재 코닥의 매출 중 70%는 디지털 카메라, 프린터 등에서 나온다.
코닥은 올 가을쯤 판매점에서 코다크롬의 재고가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코닥은 코다크롬을 기리는 뜻에서 자사 홈페이지에 스티브 맥커리 등 유명 사진작가들이 코다크롬으로 촬영한 작품들을 게재하고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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