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최정예 엘리트 군사 조직 혁명수비대가 반정부 시위 진압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란 전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22일 "시위대가 거리로 다시 나설 경우 혁명수비대 및 바시지 민병대와의 대결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이란 정부가 준군사조직 바시지 민병대만으로는 시위를 누그러뜨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최후의 카드를 꺼낸 셈이다.
영어로 IRG(Iranian Revolutionary Guards) 또는 IRGC(Iranian Revolutionary Guards Corps)로 표기하는 혁명수비대는 1979년 이슬람혁명 후 창설된 군사조직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시를 받는다.
육해공군 및 정보분과 등에 12만5,000명의 병력이 포진해 있으며 시위대를 공격해 7명을 숨지게 한 바시지 민병대도 혁명수비대 휘하에 있다. 바시지 민병대 출신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혁명수비대의 정보와 안보분과를 거쳐 특수부대 사령관을 지낸 것에서 알 수 있듯 혁명수비대는 보수성향 지도자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1980년대 이라크와의 전쟁 당시 이라크 남부 바스라를 공격한 라마단 작전을 수행하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도 개입하는 등 굵직한 사건을 통해 존재를 드러냈다. 이번 대선 전에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의 선거운동을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벨벳 혁명'에 비유하며 "혁명을 기도하면 싹을 자르겠다"고 위협하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반정부 시위를 강제 진압할 경우 유혈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시위 진압을 주도했던 바시지 민병대는 보수성향 청년들로 주로 구성돼 있으며 이슬람원칙에 충실해 한때 풍기문란 감시반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규군은 아니지만 이란 전역에 분포해 있고 자발적 가입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정기 근무자 9만명, 예비군 30만명 수준이지만 언제라도 동원 가능한 잠재 인력이 1,100만명에 달한다.
바시지 민병대는 이란ㆍ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 탱크를 육탄 공격해 파괴한 13세 소년 바시지를 기려 창설했다. 이들은 올해 초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걸프와 호르무즈 해협 석유수송로를 목숨을 바쳐서라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