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의 2010학년도 특수목적고 전형요강이 확정되면서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등 특목고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본격적인 입시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올해 외고 입시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합격 당락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지필시험 형태의 구술면접을 폐지하고, 영어 듣기의 난이도를 조정키로 함에 따라 수험 대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내신이 좌우
서울시교육청이 확정한 2010학년도 외고 전형요강의 가장 큰 특징은 내신 비중이 크게 강화됐다는 점이다. 6개 외고의 경우 수학ㆍ과학 과목에 대한 가중치를 조정해 수학은 3배, 과학은 2배를 넘지 않도록 했고, 중학교 내신실질반영률도 지난해 평균 46%에서 57%로 높였다.
지필형태의 구술면접 폐지와 함께 그 동안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을 받아온 영어듣기 평가의 공동 출제 전환도 내신의 위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교과부는 앞서 3일 '특목고 입시 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영어듣기 평가를 학교별 출제에서 시ㆍ도별 공동 출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시험 난도의 하락도 불가피해 영어듣기의 변별력이 낮아질 전망이다.
한 사교육 기관의 예측 자료에 따르면 영어듣기 난도가 50% 정도 떨어진다고 가정했을 경우 내신 합격선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6개 외고의 합격자 성적과 비교해 본 결과 ▲한영외고 2.4% ▲서울 2.7% ▲대일ㆍ이화 3.0% ▲대원 3.2% ▲명덕 3.9% 등으로 내신 합격선이 상승했다.
이는 전년도 내신 평균 합격선보다 최대 6.9%까지 높아진 수치로, 학교 성적이 합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도 과도한 영어듣기 준비나 국어ㆍ사회 과목의 면접 대비에 집중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하늘교육 이사는 "일반전형만 놓고 보면 내신 합격선은 전년도 8~10%에서 3~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고 진학을 위해 사교육을 꾸준히 받아온 학생이라도 남아있는 중간ㆍ기말시험 성적이 저조하다면 외고 지원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자율형사립고 관심 높아질 듯
내신 성적이 불리해 외고 지원이 어려운 학생들은 내년 개교 예정인 학교들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신 중요도가 높고 학교수가 적은 지방의 자립형사립고(자사고) 보다는 서울권 자율형사립고(자율고) 또는 자사고인 하나고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율고는 내신 석차 백분율 상위 50% 안에만 들면 지원이 가능하다. 외고를 지원하기에는 내신과 영어 성적이 부족한 학생들이라도 충분히 도전 가치가 있는 셈이다. 자율고 전환 신청을 낸 학교들 대부분이 진학 실적이 우수해 향후 대학입시 준비에 유리하다는 점도 자율고의 인기를 예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의 유일한 자사고로 내년 3월 문을 여는 하나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특별전형 80명(사회적배려대상자 40명,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자녀 40명)을 포함해 총 200명을 선발하는 하나고는 특별전형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 모집 범위가 모두 서울 소재 중학생으로 제한된다.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ㆍ학업계획서ㆍ추천서 등을 통해 일정 배수를 뽑고, 1박2일간 심층면접으로 진행되는 2차 평가에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구체적인 전형요강는 8월께 확정될 예정이지만 외고와 달리 중1 내신 성적까지 반영해 성적 관리와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들이 유리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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