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조치에다 경기 침체로 정부는 올해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그러나 구멍난 세수를 메우자고 기존의 감세 조치를 당분간 연기하거나 세율을 높일 계획은 없다고 한다. 대신 최대한 감세 정책을 유지하면서 세수를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고 있다. 정부는 23일 하반기 할당관세 품목을 상반기보다 27개나 줄이고 관세율 인하 폭을 축소한 데 이어 비과세ㆍ감면제도의 대폭 축소와 에너지 과소비 제품과 담배 술 등의 세금 인상까지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비과세ㆍ감면 제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0여개 비과세감면제도의 세제 지원 실효성 등을 검토하되, 특히 올해 혜택이 종료되는 80여개에 대해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말로 일몰이 도래하는 해외주식형펀드 비과세 혜택, 기업들의 투자액 일부를 소득세ㆍ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이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말 열린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세수 확충을 위해 비과세ㆍ감면 제도를 대폭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 세금 감면액은 29조6,000억원으로 국세 수입의 15%나 됐고 올해도 국세감면 비율이 13%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비과세감면으로 인한 세수 구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비과세감면의 대대적인 정비를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폐지하느냐를 두고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소기업이나 서민들 지원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과세감면 조치 축소는 부자감세의 부담을 서민에게 지우려 한다는 비판이 큰데다가, 실제 지원 효과가 떨어지는 비과세감면 조항들의 경우 없애봤자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데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또 대형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 에너지 소비가 많거나 또는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제품에 개별소비세를 새로 부과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술 담배 등에 물리는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낙회 재정부 조세기획관은 22일 한 공개토론회에서 "경기 상황을 봐가면서 에너지 다소비 품목과 외부불경제 품목 등에 대해 제한적인 세율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7월에 폐지했던 금융기관의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14%) 원천징수도 내년부터 부활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내년에 4조원의 세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용어설명: 외부불경제
개인이나 기업의 행동이 다른 개인이나 기업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일. 각종 공장의 매연이나 소음 등.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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