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한국은행이 23일 시중에 5만원권 신권을 공급하자 36년만에 새 고액권 지폐를 받아본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은행 창구에서는 오전부터 5만원권을 교환하기 위해 오전부터 손님들이 몰려들었고, 시민들은 5만원권에 대해 신기해 하면서도 "5,000원권과 구별이 쉽고 갖고 다니기 편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5만원권에 대한 열기는 시중 은행 창구에서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오전 9시 은행 문이 열리자 마자 고객들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찍 오면 행여 일련번호 앞뒤에 A가 있는 5만원권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영업시작 전부터 손님들이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여의도 영업부와 신한은행 본점 영업부의 경우 오전에 예상보다 많은 고객들이 몰리자 1인당 한도를 정해 놓고 물량을 조절하기도 했다. 또 일부 은행 지점의 경우 5만원권이 늦게 도착해 오전 일찍부터 찾은 고객들의 항의를 받는 풍경도 있었다.
5만원권 교환에 성공한 이모(30ㆍ여)씨는"5만원권을 직접 받아보니 크기도 적당하고 갖고 다니기에도 편하다"고 말했다. 동료 최모(33)씨는 "5,000원권은 살구색에 가깝고, 5만원권은 노랑색에 가까운데다 길이가 길어 구별하기도 어렵지 않다"며 "혼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남대문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는 이모(48)씨는 "수표의 경우 의외로 사고 수표가 많아 받기가 찜찜했고, 받을 때마다 신분증을 확인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 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1만원도 안되는 물건을 사면서 5만원짜리를 주면 거스름 돈 때문에 신경쓰일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 본관에서 개최된 '5만원권 발행 개시식'에서 "1973년 1만원권 발행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이 110배 이상 커졌고 정액 자기앞수표가 고액권 대신 널리 사용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많다"며 "5만원권이 널리 사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당초 예상보다(1조3,530억원)보다 3,000억원 가량이 많은 1조6,462억원의 5만원권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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