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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강릉, 7번국도-잘 닦여진 길위에서 바다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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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강릉, 7번국도-잘 닦여진 길위에서 바다를 보다

입력
2009.06.2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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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애에 여기 다시 오면

걸어 들어가요 우리

이 길을 버리고 바다로

넓은 앞치마를 펼치며

누추한 별을 헹구는

나는 파도가 되어

바다 속에 잠긴 오래된

노래가 당신은 되어

● 누구든 살아가면서 마음에 넣어둔 장소들이 있을 것이다. 청춘을 묻어버린 곳, 첫사랑을 보낸 곳, 생애의 절정을 부려둔 곳. 산이나 바다나 들판이나 아님 도심의 작은 카페나 밥집이나 어쩌면 도서관이 그런 곳일 수도 있겠고 영화관, 공원, 가로수길도 그런 곳일 수도 있을 것이다.

동해를 바라보며 달리는 길. 타고 가던 차를 세워두고 동해를 바라보면 김소연 시인의 이 시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으리라. 다음에 태어나면 이 길을 버리고 바다로 가자는 이 시. 가는 것만이 아니라 바다의 일부가 되자는 이 시. ‘누추한 별을 헹구는’ 나는 파도, ‘바다 속에 잠긴 오래된 노래’는 당신. 어떤 사랑을 겪으면서 시인은 이런 무장무장한 그리고 짧은 외마디의 시를 썼는지 알 길이 없지만,

동해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으로 밤을 새울 때마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며 다음 생애를 동반할 오래된 노래를 떠올렸다. 그 오래된 노래를 파도가 안아준다면 얼마나 따뜻할까, 하는 것도. 그 파도 안에는 이 지구에 떨어진 누추한 별들도 있을 터이니 서로 먼 곳 이야기나 하면 좋겠다, 하는 것도.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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