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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안통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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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안통 검찰총장

입력
2009.06.2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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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 검사들이 술자리를 가졌다. 취기가 오르자 폭탄주가 제조된다. 최상급자가 왼쪽에 앉은 검사에게 먼저 술잔을 건넨다. '좌익 척결'. 오른쪽부터 술잔을 돌리면 '우익 보강'이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정권의 이념적 성향이나 시대 상황에 맞게 적절히 정해진다. 최상급자는 그렇게 폭탄주를 돌리며 은연중 시국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나 수사 지휘 방침을 드러낸다. 공안 검사들은 '좌익 척결, 우익 보강'외침 속에 '공공의 안녕'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공안 검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80, 90년대 풍경이다.

▦공안 검사들은 정치, 선거, 대공, 노동, 학원, 재야단체 등과 관련된 사건을 맡는다. 자연스레 시국 흐름 전반을 보며 정치적 감각을 키우게 된다. 시국사건의 특성상 권력 핵심과 검찰 상층부의 의중을 꿰뚫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공안 검사들이 나설 때마다 정치ㆍ사회적 논란이 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들이 맡는 사건의 특성상 불가피한 일이다. 검찰 공안부의 존재 이유가 체제 수호다 보니 권력 입장에서는 공안 검사만큼 미더운 존재도 없다. 자연 선ㆍ후배끼리 밀고 당겨주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한번 공안은 영원한 공안'이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그러나 98년 국민의정부 출범 후 10년간 공안 검사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공안 검사의 최대 피해자였다. 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사건, 2000년 서경원 전 의원 밀입북 사건 재수사를 계기로 공안 검사의 입지는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며 공안 검사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후 공안 검사들은 검사장 승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등 불이익을 받았고 상당수가 검찰을 떠났다. 참여정부 때는 전국 검찰청의 공안과가 폐지되는 등 공안 부서가 크게 축소됐다.

▦공안통인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공공의 안녕(공안)이 인권보다 더 중시된 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공공의 안녕=체제 수호=권력 유지'등식이 성립하던 독재 시절, 공안 검사가 개인 인권은 무시한 채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가 임명권자의 뜻을 좇아 야당 주장처럼 공안 통치의 선봉이 될지, 인권을 우선시하는 공안 수사의 전례를 만들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공안통'이 검찰총장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라는 것은 분명하다. 검찰총장이 공안 검사가 되거나, 되려 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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