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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첫선, 36년만에 고액권 나오기까지/ "말 많고 탈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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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첫선, 36년만에 고액권 나오기까지/ "말 많고 탈 많아"

입력
2009.06.2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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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등장한 고액권인 만큼, 5만원권 제작 과정은 다른 신권 제작 때보다 유달리 험난했다. 갖가지 시비와 우려가 난무했고, 한은 측은 매번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고액권 발행 '비화'를 소개한다.

가문의 합의

올 2월 한국은행이 5만원권 도안을 공개하자 강릉 최씨 종친회가 들고 일어났다. "왜 화폐에 최씨 가문이 그린 표준영정을 안 쓰느냐"는 것. 강릉 최씨는 신사임당의 진외가(아버지 신명호의 외가)다. 신사임당이 자랄 때 할머니 최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료를 근거로 1965년 최옥자(현 세종대 명예총장)씨 주도로 그린 영정이 현재 표준영정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보통 정면인 표준영정보다, 화폐용은 위조방지용 윤곽을 살리기 위해 측면으로 다시 그린다" "60년대 사료가 부족해 19세기 복식으로 그려진 표준영정도 수정이 필요하다"며 설득했다.

최씨에 이어 이번에는 신사임당의 본가인 평산 신씨, 남편(이원수)과 아들(율곡 이이)의 가문인 덕수 이씨 측도 한은 측에 서로 다른 찬반 의견을 제기했다. 세 가문 대표들은 결국 추후 한자리에 모여 '5만원권 화폐 영정에 이의를 달지 말자'는 데 합의했다.

진짜 신사임당 얼굴은?

세종같은 왕을 제외하면, 사실 조선시대 이전 인물의 생전모습을 담은 기록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이전 화폐에 실린 이순신, 이황, 이이 영정은 모두 '창작품'인 셈. 한은 관계자는 "이순신은 영정만도 10개가 넘고, 이황 영정은 아예 없어 한은이 의뢰해 제작했다"고 전했다.

이번 신사임당 영정을 그린 이종상 화백에 따르면, 1965년 스승인 김은호 화백 역시 최초 영정제작을 의뢰 받고 사료가 없어 망설였으나 어느날 꿈에 신사임당이 나타난 뒤에서야 수락했다고 한다. 보통 영정 제작자들은 그래서 종친 가문의 얼굴형 특색을 종합해 그리고 있다.

이번에 '기생' 논란을 부른 신사임당의 머리 모양 역시 80년대 이후 새로운 사료 발굴을 통해 비로소 1500년대 일반적인 '반가부녀'(양반 가문의 부녀자) 스타일로 밝혀졌다.

지금부터가 더 걱정

한은의 진짜 걱정은 지금부터다. 혹 새 화폐에 오류가 발견되거나, 위폐가 등장하면 큰 일이기 때문. 실제 수년 전 5,000원 신권의 '패치형' 홀로그램이 제작과정에서 안 찍혀 나와 문제가 되자 한 20대 남성은 3개월간 정교하게 홀로그램을 제거한 뒤, 한은에 찾아와 "보상금을 주지 않으면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한은은 이에 철저히 대비했다고 자신한다. 패치형 홀로그램 악용을 막기위해 이번에는 아예 띠형 홀로그램을 적용했다. 이번 5만원권에는 일반인을 위한 12가지 등 모두 16가지 위폐 식별장치가 있다고 발표됐지만, "위폐범들도 알 수 없는 한은만 아는 표시가 '다수' 더 있다"는 게 한은의 귀띔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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