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인 푸른색과 초록색으로 칠한 외관뿐 아니라 요즘 버스들은 어딘가 좀 달라졌다. 예전엔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 죽어라 뛰어오는 손님을 본체만체 줄행랑을 놓는 일은 없었다. 버스기사분들은 행여 그런 손님이 있는지 백미러를 지그시 지켜본 뒤에야 출발했다. 내릴 정류장을 지나친 손님이 당황해서 버스를 두들겨대더라도 화내지 않고 정류장이 아니지만 슬쩍 손님을 내려주었다.
물론 도중에 버스를 만난 손님을 태우는 일도 다반사였다. 며칠 전 왜 버스 인심이 변했는지 택시기사분에게 들었다. 서울시의 버스들이 대부분 시에서 임대한 버스라고 설명해주었는데 그 부분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튼 손님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월급으로 받기 때문에 예전처럼 손님을 더 태우려 같은 회사의 버스들끼리 경쟁하던 것도 없어졌다고 했다.
그러니 중간에 손님을 태우는 일도 달려오는 손님을 기다려줄 일도 없어졌다. 버스기사분의 처우가 좋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광주에서는 예전 버스 인심이 지하철에도 남아 있다. 출발하려던 지하철이 별안간 멈춰섰다. 무슨 일인가 손님들이 궁금해하고 있는데 지하철 문이 열리고 간발의 차로 지하철을 타지 못한 손님들이 몇 들어섰다. 그러고도 지하철은 계단을 내려오던 아주머니까지 다 태운 뒤에야 출발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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