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와대 참모진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7, 8월로 예상되는 청와대 인사 때문이다. 자신의 진로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자연히 업무보다는 인사 문제에 온통 생각이 가 있다.
21일 단행된 검찰청장과 국세청장에 대한 인사가 파격적이었던 만큼 청와대 인사도 대규모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줄 알아야 한다"는 말로 대폭 개편을 예상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윤진식 경제수석을 제외하고는 전원 1년 이상 재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에서 재직 기간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편이지만 일단 오래 있었다는 점에서 인사 대상에는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 출신처럼 친정이 있는 참모진은 그래도 마음이 조금 가벼운 편이지만 청와대를 나서면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다른 참모진은 고민이 무척 깊다. 공기업 기관장도 정부 출범 후 대부분이 친정부 인사들로 메워져 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이들에 대한 업무성적표는 대통령에게 이미 입력돼 있다. 대통령 입장에서도 업무 성과가 기대치에 못 미쳤거나 업무 추진 시 관련 부처와 충돌이 잦았던 경우, '있으나 마나' 식의 자리보전형에 머물렀거나 여권 내부의 비판이 많은 인사 등에 대한 교체를 고려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인사 대상인 참모진은 알게 모르게 물밑에서 뛰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 안팎에서는 일부 수석은 공기업으로, 일부는 개각 시 유관 부처 장관으로의 영전을, 일부는 청와대 내부에서 수평 이동할 것이란 소문들이 떠돌고 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교체될 경우 오랜 측근인 한 수석이 그를 대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석들의 이런 움직임에 따라 청와대 비서관들도 덩달아 들썩거리고 있다. 갈 곳이 제한 적인 수석들에 비해 비서관들은 상대적으로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여러 기관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빈 자리를 물색하는 데 여념이 없다. 물론 수석 승진을 꿈꾸거나 차관 승진을 기대하는 비서관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 수석들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아 수직 상승을 바라보긴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인사와 관련한 소문은 모두 예상이고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정권 초처럼 대통령이 이곳 저곳의 추천을 받아 요직에 임명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대통령이 국정을 모두 챙기고 있기 때문에 딱히 대통령 핵심 측근에게 줄을 댈 형편도 되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은 초조하게 대통령의 인사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 이들 참모진에게는 올 여름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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