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發) 쇼크'가 뉴욕증시를 강타했고, 이는 결국 국내증시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장 중 1,350까지 밀리며 박스(1,350~1,450) 하단으로 내려앉았고, 코스닥지수는 500선이 붕괴됐다. 원ㆍ달러 환율도 다시 1,300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9.17포인트(2.80%) 떨어진 1,360.54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498.03(-2.94%)으로 마무리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이 받아내는 형국이었다.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6.30원 오른 1,290.80원에 거래를 마쳐 5거래일째 연속 올랐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이끌만한 동력이 사라진 데다 새삼 거론되고 있는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우리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날 뉴욕 증시의 폭락(2~3%대)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뉴욕 증시 폭락의 기폭제는 공교롭게도 서울에서 비롯됐다. 세계은행(WB)은 22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은행 개발경제컨퍼런스(ABCDE)'에서 2009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전망했고, 회복시점도 2011년쯤으로 내다봤다.
이 소식은 미국으로 날아가 가뜩이나 우울한 전망에 시달리고 있는 뉴욕 증시를 일거에 끌어내렸다. 유럽 주요 증시도 함께 무너졌다. 이 같은 현상은 다음날인 23일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증시에 그대로 반영되거나 더 증폭되는 효과를 발휘했다. '서울발 발표→뉴욕 및 유럽 증시 급락'으로 이어진 악재 도미노의 끝이 결국 국내 시장을 정조준한 셈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WB의 부정적인 견해가 미국 시장을 흔들었고 우리 증시도 그대로 영향을 받은 데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오는 전망에 대한 우려도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선 당장 실적이나 경기지표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전혀 없고, 오히려 수급조절에 따라 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수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렇다 할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수급인데, 외국인들의 선물시장에서의 매도세가 증가했고, 기관의 프로그램 매도세 등 수급 불안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국내 이슈보다는 외국인과 기관들의 미 증시 눈치보기(동조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 국내 증시보다는 미 증시의 여파가 큰 상황인 만큼 최대한 매수를 자제하고, 7월 실적 개선여부에 따라 투자방향을 정하라고 입을 모았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일 등락 폭이 크지만 당분간은 박스권(1,350~1,430)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6월 말~7월 초에는 종목별 장세로 넘어가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무조건 싸다고 살 게 아니라 6월말 실적 개선주나 반등하고 있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금단 연구원도 "유동성 장세는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실적 장세로 넘어가기엔 구체적인 지표들이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거래량이 다시 늘어나는 걸 확인한 후 7월 초쯤 실적기대가 높은 정보기술(IT)주를 매수 대상으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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