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24분 1년4개월간 김모(77ㆍ여)씨의 입에 연결돼 있던 호흡기가 떼지자, 곁을 지키던 가족들은 비통해 하면서도 "16개월 동안 기계에만 의지했던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씨의 맏사위 심모(49)씨는 가족대표로서 "마음의 커다란 의지처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천붕지괴의 심정에 빠져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장모님은 세상을 떠나셔도 영원한 안식처로 돌아가실 것이지만, 다시 뵐 수 없기에 더욱 슬프다"고 소회를 밝혔다.
심씨는 "존엄사라는 단어를 붙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법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죽음에 대한 개념이 달라져 무의미하게 치료가 계속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김씨가 호흡기를 떼고서도 자발호흡을 하는 것에 대해 심씨는 "돌아가시라고 뽑은 게 아니고 무의미한 연명기계를 뗀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이 상태로 간다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소송 준비에서부터 호흡기 제거까지 그간의 힘들었던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장모님의 평소 의지를 존중해 연명치료 장치 제거 소송을 했는데, 이런 개인의 소송이 사회 공론화가 됨에 따라 부담도 커졌다"며 "이번 소송을 끝으로 우리와 같은 고통이 재발되지 않고 (이런 소송이)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씨는 그 동안 병원측과의 갈등과 그에 대한 불만도 여과 없이 털어놓았다. 특히 연명치료 중단 절차와 관련,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호흡기 제거 시점을 수시로 바꾸고, 가족과 약속한 호흡기 제거 날짜도 지키지 않다"며 "가족을 배려해주겠다고 해놓고선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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