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내내 폭우로 홍역을 치른 제109 US오픈은 우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희망의 싹을 틔우고 마무리됐다.
무명의 루카스 글로버(30.미국)는 메이저챔프에 등극하며 인생역전의 꿈을 이뤘다. 암투병 중인 아내를 간호 중인 필 미켈슨(미국)과 '잊혀진 천재'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의미 있는 준우승을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글로버는 23일(한국시간)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골프장 블랙코스(파70)에서 열린 대회 5일째 마지막 4라운드에서 3타를 잃었지만 최종합계 4언더파 276타를 기록, 2위 그룹을 2타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005년 후나이 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뒤 개인 2승째를 US오픈 우승으로 장식하며 우승상금 135만 달러의 대박을 터트렸다.
글로버는 15번홀 보기로 미켈슨, 듀발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미켈슨과 듀발이 17번홀(파3)에서 1타를 잃은 반면 글로버는 16번홀 버디를 잡아내 결국 2타차 우승을 차지했다.
■ 지역예선 거친 무명신화
글로버는 폭우로 대회가 하루 늘어난 US오픈에서 우승, 월요일의 주인공이 됐다. 또 그는 2005년 마이클 캠벨 이후 처음으로 지역 예선을 거쳐 올라온 챔피언으로 기록됐다. 세계랭킹도 71위에 불과했지만 이번 우승으로 18위까지 점프했다.
2001년 프로로 전향한 글로버는 PGA투어에서 우승 1회, 준우승 1회(2009년 퀘일할로챔피언십)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글로버는 상금랭킹은 32위에서 9위(264만6,53달러)로 뛰어 올랐다. 글로버는 "인내심을 시험한 날이었다. 16번홀 버디가 우승의 원동력이었다"며 기뻐했다.
■ 미켈슨과 듀발의 희망샷
우승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미켈슨은 암과 싸우고 있는 아내 에이미를 간호하면서도 공동 2위에 올랐다. 미켈슨에게 팬들은 "에이미에게 신의 축복을", "필에게 행운이"라는 격려문을 써 붙였다.
미켈슨은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더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미켈슨은 다음 달 열리는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하지 않는 등 당분간 가족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미켈슨은 상금랭킹 3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듀발도 값진 부활 신호탄을 쐈다. 2001년 브리티시오픈까지 13승을 올린 듀발은 한 때 타이거 우즈(미국)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882위까지 곤두박질치다 이번 대회에서 142위로 껑충 뛰었다. 듀발은 "우승은 못했지만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타이거 우즈는 공동 6위(이븐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앤서니 김(24)은 3오버파 공동 16위, 최경주(39)는 12오버파 공동 47위에 그쳤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