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어제 의원 총회에서 6월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오늘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내면 26일부터 일단 국회는 자동적으로 열리게 된다. 그러나 여당 단독으로 열리는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리는 만무하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권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니 파행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 정당정치의 불모성을 재확인한 여 단독국회 소집 결정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지만, 170석 거대 여당의 정치력 부재를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대통령의 사과 등 민주당이 개원 조건으로 내건 5개항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들이어서 단독소집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변명은 옹색하다.
민주당의 요구에 무리한 내용이 적지 않지만 상당수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고 있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어떤 형태로든 그 요구를 수렴해 타협을 이뤄내는 것이 다수 여당의 정치력이다. 대통령의 사과 문제는 담화 등의 형식으로 절충이 가능했다. 핵심 쟁점인 미디어법 처리 문제 역시 의견차를 해소하려는 적극적 노력 없이 6월 처리 합의만 강조하는 것은 속 좁은 처사다.
민주당의 경직된 자세도 크게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국회 소집에 조건을 다는 것은 100석에 훨씬 못 미치는 의석수의 한계를 의식한 탓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반복되면 떼 쓰는 것으로 비치고,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입법기관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는데 다른 정치적 사안과 연계해 이를 방기한다면 국회의 존재이유가 흔들리게 된다. 민주당의 요구사항 가운데는 일단 국회를 열어 논의해야 할 사안도 적지 않다. 조문정국의 끄트머리를 잡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제 김형오 국회의장 초청으로 열린 역대 국회의장 초청 오찬에서 "국민은 국회를 버린 자식 취급한다"면서 여야의 정치력 부재를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국회가 정말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기 전에 여야 정당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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