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의 자존심이 '삼바 군단' 브라질의 화력 앞에 산산조각 났다.
이탈리아는 22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프리토리아 로프터스 퍼스펠트에서 열린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이하 컨페드컵) B조 3차전에서 브라질에 0-3으로 대패,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 골만 넣어도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이탈리아는 이날 이집트를 3-0으로 누른 미국과 승률(승점 3ㆍ1승2패), 골득실(-2)에서 모두 같았지만 다득점(미국 4골, 이탈리아 3골)에서 조 3위로 밀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직전 월드컵 우승팀이 컨페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2002 한ㆍ일월드컵 우승팀 자격으로 2003년 대회에 나섰던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다.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도 호비뉴(맨체스터 시티)-카카(레알 마드리드)-파비아누(세비야)로 이어지는 브라질의 화려한 공격라인 앞에 무기력했다. 이날의 마무리는 29세의 스트라이커 파비아누가 도맡았다.
파비아누는 전반 37분 더글라스 마이콘(인터밀란)의 스루패스를 감각적인 오른발슛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뽑아낸 데 이어 6분 뒤 호비뉴와 카카를 거쳐 또 다시 추가골을 사냥했다.
순식간에 두 골을 내주며 허둥대던 이탈리아는 2분 뒤인 전반 45분 안드레아 도세나의 자책골까지 헌납하며 자멸했다. '빗장 수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가 전반에만 세 골을 허용한 것은 1957년 이후 52년 만이다.
미국이 브라질의 간접 지원 속에 극적으로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이번 컨페드컵 패권은 스페인-미국, 브라질-남아공의 4강 대결로 압축됐다. 특히 A매치 최다인 15연승과 35경기 연속 무패 행진으로 세계 축구사를 새로 쓰고 있는 '유로2008' 챔피언 스페인과 월드컵 최다인 5회 우승을 자랑하는 브라질이 나란히 3전 전승으로 4강에 진출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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