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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극장가 결산/ '입소문' 영화가 '소문난' 영화보다 흥행성적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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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극장가 결산/ '입소문' 영화가 '소문난' 영화보다 흥행성적 굿~

입력
2009.06.2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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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산벌'의 김유신(정진영)은 당나라와 손잡은 자신을 비난하는 세력을 향해 "이 세상은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게 아니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거야"라고 외친다. '짝패'의 비열한 인물인 장필호(이범수)는 뒷골목을 전전하며 자신이 깨달은 세상 이치를 경찰인 친구에게 전한다.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거드라."

김유신과 장필호의 대사에 빗대 올해 상반기 극장가의 흥행전선을 풀이하면 아마 이렇게 되지 않을까. "기대작이 흥행하는 게 아니라 질긴 영화가 흥행하더라."

■ "버텨라, 흥행할지니"

상반기 극장가는 '슬리퍼 히트'(Sleeper Hit)의 세상이었다. 입소문에 기대 '얇고 긴' 흥행 전략을 세운 영화들이 스타 감독과 배우 등을 앞세운 '굵고 짧은' 영화들을 압도했다.

'질기게 흥행하는 영화'로 해석될 슬리퍼 히트의 대표 주자는 3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워낭소리'. 1월 15일 개봉 첫날 1,138명이었던 '워낭소리'의 1일 관객은 1월 28일(2,779명) 2,000명선을 넘더니, 2월 6일(1만 498명) 급기야 독립영화계 꿈의 숫자라 할 1만명을 돌파했다.

김하늘과 강지환이 주연한 첩보코미디 '7급 공무원'은 질기게 흥행한 대표적인 상업영화다. 4월 22일 개봉한 '7급 공무원'은 '천사와 악마' '엑스맨 탄생: 울버린' '스타트렉: 더 비기닝'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을 이겨내며 아직 상영 중이다. 61일 동안 이 영화를 찾은 관객은 407만명.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좋은 흥행 성적이다.

독일영화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은 예술영화계의 '버티기 왕자'다. 2월 19일 개봉해 현재도 상영 중인 이 영화는 약 3만 관객을 불러들이며 손익분기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1일 1회 상영, 주말 상영 등의 장기 상영 전략과 입소문이 결합해 거둔 성과다.

김윤석 주연의 토속적인 형사극 '거북이 달린다'도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의 공세를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지만 '질긴 영화'의 조짐이 역력하다. 11일 개봉일 관객은 6만 5,431명이었으나 1주일 뒤 18일에는 8만 750명이 들었다.

개봉 2주째 주말 관객은 48만 5,227명으로 개봉 첫 주말(38만 9643명)보다 10만명 가량 늘었다. 충무로에서 대박의 서광으로 여겨지는 이른바 '개싸가리'(개봉 뒤로 갈수록 관객이 더 늘어가는 것을 가리키는, 일본어에서 비롯된 영화계 은어) 현상을 맞은 것이다.

■ 기대작, 흥행은 기대 밖

한국영화의 메시아로 기대를 모았던 '박쥐'와 '마더'의 흥행 뒷심 부족은 질긴 영화의 흥행 호조와 대조적이다.

'박쥐'의 개봉 첫 주말 관객은 55만 1,307명이었다. 그러나 2주째 주말에는 22만 5,228명으로 반토막에도 못 미쳤다. 박찬욱 감독의 예전작 '올드보이' 등이 형성한 관객들의 기대와 '박쥐'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프리미엄이 개봉 초에만 작용한 셈이다.

20일 종영 때까지 올린 성적은 223만 9,000명. 박 감독에게 쏠렸던 관심과 화제, 개봉 초기의 폭발적인 관객몰이를 감안하면 실망스럽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도 기대 밖의 흥행에 그치고 있다. 21일 현재 총 관객은 284만 6,000명. '마더'는 '괴물'처럼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하지는 않았다지만 영화계에선 봉 감독에 대한 대중들의 절대적인 신뢰에 바탕해 500만 관객을 점쳤던 영화다. 그러나 개봉 첫 주말 75만 4,047명이던 관객은 2주째 주말에는 41만 7,149명으로 줄었다.

충무로는 이 같은 상반기의 예상 밖 흥행 결과들을 긍정적 신호로 인식한다. 요란한 '빈 수레'식 마케팅 경쟁이 사라지고 영화가 완성도로써 대접받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홍보대행사 퍼스트룩의 이윤정 대표는 "입소문과 인터넷 평점만으로도 영화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관객들의 영화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며 "국내 영화시장도 과장된 마케팅 없이 관객과 통하는 시장이 돼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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