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개장을 앞두고 제정된 광화문광장 조례의 사용 허가 등 조건이 서울광장보다 훨씬 엄격하게 규정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청와대와 정부청사, 미 대사관 등 주요기관이 인접한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집회 자유를 주장하며 서울광장 조례 개정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들은 "거꾸로 가는 행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광화문 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안과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 조례' 개정안을 각각 공포했다고 22일 밝혔다.
광화문광장 조례를 살펴보면, 서울광장 조례를 한층 강화한 규정이 많다. 우선 사용허가와 관련, 서울광장에는 없는 '공공질서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경우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이는 행사가 폭력 사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서울시가 사용 신청자 측에 확성기 사용금지 등 조건을 달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광화문광장 조례는 이와 함께 '사용허가 또는 사용제한에 관한 세부기준을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 서울시가 허가 및 제한 기준을 추가로 강화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허가사항 변경 때도 서울광장은 '부득이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로 한정했으나, 광화문 광장은 '시민의 안전확보 및 질서유지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의 조항을 넣었다. 서울시가 허가한 행사라도 폭력집회 가능성이 우려된다면 행사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례는 또 '서울시장은 시민이 자유롭게 보행할 수 있도록 광장환경을 조성한다'는 서울광장의 조례 대목을 '시민이 평화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이라며 '자유'를 '평화'로 바꿨다. 사실상 각종 정치적 집회를 원천적으로 불허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함께 공포된 서울광장 조례 개정안 경우도 허가사항을 변경할 때 '사용인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돼 있던 것을 '사용자에게 미리 통지해야 한다'라고 바꿔, 시가 허가 사항을 수정할 때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확대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광장 이용을 이중, 삼중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광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며 "광장은 시민의 자율에 맡겨야지 정부가 통제하려고 하면 민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문화연대, 진보신당 등은 이날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별 광장조례를 폐기하고, 현재 시의회에 계류중인 광장운영시민위원회 관련 조례를 통과시켜 광장 운영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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