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과 '화이트'에서 활동하며 1990년대 초반 감성 넘치는 발라드로 인기를 끌었던 싱어송라이터 유영석(44). 30대 음악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존재이다. 클래식을 닮은 선율, 가볍지 않은 가사로 이문세와 공일오비, 이승환을 이어주는 '90년대 감성'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었던 그의 곡들은 지금 들어도 세련되다.
유영석의 방송 데뷔 20년을 맞아 후배ㆍ동료 가수들이 헌정한 음반을 이달 말 내놓는다. 앨범 발매에 앞서 16일 홍대 앞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음반에 참여한 가수들과 쇼케이스를 진행한 유영석은 "30~40대 팬들에게 예전의 감성을 다시 전해주는 데 큰 의미가 있는 음반"이라고 말했다.
헌정 음반엔 '푸른하늘' 시절의 대표곡 '겨울바다' '꿈에서 본 거리' 등을 비롯해 귀에 익숙한 히트곡 20곡이 실린다. 토이의 김연우가 부른 '눈물 나는 날에는', 이수영의 '사랑하면 할수록', 유리상자의 '내게 영원히', 조규찬의 '네모의 꿈', 김현철의 '자아도취' 등 유영석의 곡들에 정상급 가수들의 목소리가 새롭게 입혀졌다. 유영석은 "나보다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불러줘 작곡가로서 형언할 수 없는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네모의 꿈'을 부르기 위해 무대에 오른 조규찬에게 유영석이 "내가 부를 땐 발랄한 노래였는데 규찬이 부르니 슬픈 곡으로 새롭게 바뀌었다"고 말하자 "영석 형의 음악은 근간이 튼튼해서 곡의 아름다움에 행복을 느끼며 녹음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유영석을 말해주는 대표곡인 '눈물 나는 날에는'을 부른 김연우는 무대에서 유영석과 특별한 친분을 과시했다. 유영석은 김연우를 "이 노래는 정말 음역대가 넓은데,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가수를 찾으니 김연우밖엔 없었다"며 추켜세웠다. 유영석은 신혼시절 TV를 통해 들은 김연우의 노래 때문에 잠을 깼던 사연도 소개했다.
아이돌인 '슈퍼주니어'의 멤버 규현이 '7년간의 사랑' 을 맡아 부른 건 의외였다. 소화하는 데 풍부한 사랑 경험이 필요할 것 같은 곡이지만 20대 초반의 규현은 보사노바 풍으로 편곡된 노래를 소화해냈다.
2000년대 들어선 가수보다 영화음악감독, DJ, 작곡가로 활동한 유영석은 비록 자신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았지만 스스로 프로듀싱하고 이끈 음반을 오랜만에 내놓은 것에 대해 소회를 털어놨다.
"20년 간 음악하면서 그저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제가 '조금은 대단했구나'라는 착각을 하게 됐어요. 앞으로 음악을 더 배우고 싶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나이를 많이 먹어도 좋은 작품을 만들며 사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양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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