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절 버스들은 왜 두세 대씩 몰려다니는 것일까. 추운 겨울 아침, 좀처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고역이었다. 약이 바짝 오른 어른들은 왜 배차 간격을 지키지 않느냐고 운전사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속 시원히 대답해주면 좋으련만 운전사도 무언가에 속은 얼굴이었다.
정말 버스들은 배차 간격을 지키지 않는 걸까, 몇번 종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살펴보았다. 웬걸, 버스들은 정확히 배차 간격을 지키고 있었다. 그 간격을 지키느라 사람들이 제법 탔는데도 엔진을 켜둔 채 출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10분 간격으로 출발한 버스들이 어느 순간 몇대씩 꼬리를 물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난 그걸 머피의 법칙이라고 믿었다.
버스뿐 아니라 종종 그런 일들이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 속에서 딱 하나를 골라 사온 물건이 불량품이거나, 세일 제품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딱 내 앞에서 판매 완료가 되는 등 유난히 재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리처드 로빈슨의 '왜 버스는 세 대씩 몰려다닐까'를 읽다보면 이 모든 것이 명쾌해진다.
첫 버스가 많은 승객을 태우는 동안 두번째 버스와 그 시간차를 줄이고, 두번째 버스는 첫 버스가 태운 승객보다 적은 승객을 태우면서 또 그 시간차를 줄인다. 운이 아니라 생활 속 과학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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