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월 임시국회 개회 여부를 두고 '치킨 게임'을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단독소집 방침을 확정했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리적 저지를 공언했다. 양측이 모두 파국이라도 기꺼이 감수할 듯한 태세다.
6월 하순에 접어든 22일 여야는 결국 외길 수순에 접어들었다. 한나라당은 오후에 의원총회를 열어 23일 오전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키로 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곧바로 의총을 개최해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주말까지는 여야가 '무조건 등원'과 '선결조건 수용'을 주장하며 대립했지만 이제는 '단독국회 강행'과 '강력 저지' 방침이 직접 맞부딪치면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회 단독소집의 근거를 비정규직 관련 법 개정에서 찾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의 다급한 현실을 감안할 때 국회 개회는 더 이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관련 법을 이달 내에 개정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사태가 올 수 있으므로 민생을 챙기는 차원에서 단독소집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5대 선결조건에 대해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대통령의 사과 등은 전제가 잘못된 것"(신성범 원내대변인)이라고 거부했다.
하지만 핵심은 오히려 미디어 관련 법 처리에 있다는 관측이 많다.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 법 논란을 마무리한 후 이명박 대통령이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을 정비해 새출발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가장 나은 그림"(한 친이계 의원)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한 원내부대표도 "미디어 관련 법을 빨리 처리하자는 게 지도부의 대체적인 기류"라고 전했다.
야권은 한나라당의 국회 단독소집 방침을 '일당독재'로 규정하며 강력 비난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선전포고'를 선언했고, 김유정 대변인은 "야당이 그만큼 얘기하고 국민이 그 정도 절규했으면 그 뜻을 겸허히 수용할 때도 됐건만 끝까지 독재의 길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 역시 "현 상태로 국회 단독소집을 강행하면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은 특히 미디어 관련 법 강행 처리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비정규직 관련 법 개정을 명분으로 내세운 건 미디어 관련 법을 표결 처리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의총에선 본회의장 점거, 원내ㆍ외 병행투쟁, 매일 의총 개최 등과 함께 의원직 사퇴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강경론이 주를 이뤘다.
한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밤 한 방송에 출연해 "(국회개원을) 26일로 단정할 수 없고, 내일 다른 당과 최후로 합의를 시도해 보고 국회를 열겠다"며 마지막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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