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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주민분쟁 화해 이끈 '무릎팍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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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주민분쟁 화해 이끈 '무릎팍 검사'

입력
2009.06.2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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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북부지검 425호 김창우 검사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A아파트에 사는 주민 대표 4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6년간 50여차례 이어진 주민들 간 고소ㆍ고발전을 매듭짓는 자리였다.

주민들은 그간의 앙금을 씻고 '그동안 제기한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더 이상 서로를 비난하지 말자'는 내용의 각서에 모두 서명했다. 원수지간처럼 양 편으로 갈려 싸움을 벌여왔던 한 아파트의 이웃 주민들이 드디어 화해를 한 것이다.

3,169세대 1만 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대규모 단지인 A아파트에서 주민간 다툼이 시작된 것은 2003년 4월. 중앙난방 시스템을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신임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이 "전 임원들이 비싼 보일러 업체를 부당하게 시공업체로 선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다.

전 임원측은 "현 임원진이 밀었던 업체가 탈락하자 근거없는 비방을 하고 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상대방을 고소했다. 공사 이후에는 임원진 측이 "부실공사로 주민들이 손해를 입었다"며 공사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전 임원들이 "현재 임원들이 관리비를 횡령했다"고 맞고소했다.

한 번 시작된 소송 대결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맞소송전으로 확대됐다. 양측이 한 자리에 모여 언쟁을 벌이다 욕 한마디가 나오면 '모욕죄', 약간의 몸싸움만 벌어져도 '폭행죄' 등으로 서로를 고소했다.

양측은 또 분쟁이 이어진 6년 동안 선거를 통해 2년씩 입주자대표회의를 번갈아 장악해 서로 상대방 재임 시절 횡령 문제를 들춰내며 물고 늘어졌다.

극단으로 치달은 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송실에서는 상대를 헐뜯거나 비난하는 방송이 연일 흘러나왔다. 심지어 2005년에는 70대의 한 주민대표가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했다가 심한 욕설을 듣고 충격을 받고 쓰러져 심장마비로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주민대표 박모(47ㆍ여)씨는 "아파트 분쟁으로 지난 몇 년간 자녀 교육은 물론 직장 생활까지 지장을 받은 주민들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주민간 분쟁은 지난 4월 북부지검 김창우 검사가 중재에 나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보였다. 김 검사는 "소송전을 지속해봐야 서로가 손해만 보게 되고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며 양측에 화해할 것을 계속 설득했고, 그간의 오랜 싸움에 지쳐 있던 주민들도 마음을 풀기 시작했다.

김 검사는 "당시 아파트 주민들은 5년 전 일까지 반복해서 고소와 고발을 하고 있었다"며 "이런 분쟁은 단순히 법적 잣대만 적용하기보다는 화해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중재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 검사의 중재로 주민들은 결국 계류 중인 10여건의 고소ㆍ고발 사건을 모두 취하했고, 허위 사실로 고소할 경우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각서도 쓰게 됐다. 각서에 서명한 박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단지 내 다른 문제들도 쉽게 풀릴 것 같다"고 기대하면서 "이제 아파트 주민들이 힘을 모아 아파트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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