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1일 단행한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사에서 두드러진 점은 파격성이다. 천성관, 백용호 두 내정자가 검찰과 국세청은 물론 언론에서도 전혀 거론되지 않은 '의외의 인물'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파격성이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는 기존 질서와 관행에 대한 불신이자, 과감한 물갈이와 분위기 일신(一新)이다. 정권의 핵심 축인 두 기관이 박연차 수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거치면서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중시되는 가치는 안정성이지만, 이 대통령은 그런 예상을 깨고 전혀 새로운 패를 꺼내든 것이다.
우선 천 검찰총장 내정자가 임채진 전 총장(사시 19회)의 3기수 후배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일단 사시 20~22기 출신의 검찰 간부들은 대부분 용퇴해야 하는 대폭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며, 이는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 수뇌부의 퇴진을 의미한다. 여권 핵심부가 임 전 총장을 비롯 검찰 간부들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졌던 점으로 미루어보면, 천 내정자 낙점은 검찰에 남아있는 '노무현 흔적'을 지우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백 국세청장 내정자는 더욱 파격적이다. 국세청 외부라는 수준을 넘어 학자 출신을 발탁했다는 것은 정교한 국세행정의 집행보다는 조직 쇄신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공식적으로 "앞선 3대 국세청장이 모두 불명예 퇴직한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백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국세청 쇄신이 예상보다 훨씬 폭 넓고 강도 높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다.
아울러 이번 인선에서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이 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천 내정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MBC PD수첩 수사, 미네르바 수사를 지휘했다는 사실은 이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법질서 확립의 기조를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민심순응, 화합적 이미지보다는 정면돌파와 성과로 승부하겠다는 이 대통령 특유의 근성이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두 내정자의 인선은 향후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두 내정자가 충청 출신이라는 점도 음미해볼 만한 부분이다.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이 TK 출신(국정원장, 경찰청장)과 충청 출신으로 양대 구도로 구축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한 충청 배려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제 다음 포인트는 이 대통령이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 본격적인 인적쇄신에 나설지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개각 요인이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것은 '당분간'이라는 전제 하에 가능한 얘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선이 매듭된 만큼 내각과 청와대 진용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두 내정자의 파격성에 비추어보면 인적 쇄신의 폭이 의외로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해진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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