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초록이 녹아 든 충주호 인근으로 주말 여행을 다녀왔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직원과 직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테마여행인데 자리 하나 비었다고 함께 가자고 해서 얼씨구나 따라간 여행길이다. 병원은 직원들 복리후생차원에서 공연 관람, 주말 농장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중 테마여행이 가장 큰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분기에 한번 정도로 시작했던 여행은 이제 매달 2번 이상 운영되는 고정프로그램이 됐다고 한다. 여행이 주는 만족도가 무엇보다 컸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병원을 출발한 버스는 한참을 달려 충주호의 장회나루에 도착했다. 청풍나루로 가는 충주호 유람선에 올랐다. 호수는 지난해의 극심한 가뭄의 흔적을 아직 지우지 못했다. 호수의 둘레엔 바리캉을 친 듯 물 빠진 부분이 허옇게 드러났다.
오랫동안 물에 잠기지 못해서 그 부분엔 풀이 무성히 자랐다. 유람선은 '단양8경'에 속하는 구담봉과 옥순봉의 절경을 스치며 호수를 갈랐다. 배 위로 불어오는 호수 바람이 시원했다.
청풍나루에서 내려 곧장 청풍문화재단지로 올랐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조상의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은 민속촌 같은 곳이다. 충주호가 생기면서 수몰될 위기의 문화재들을 이곳으로 한데 모아 복원해놓은 곳이다.
단지 안에는 2개의 보물이 있다. 충주호를 굽어보는 한벽루와 키 큰 석불 청풍석조여래입상이다. 고려 초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 앞에는 둥근 소원돌이 있다. 나이 만큼 돌을 돌리며 기원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설이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돌은 사람들의 손때로 새카맣고 반질반질했다. 부모들은 앞다퉈 자식들을 들여보내 돌을 돌려보라고 한다. 퉁퉁한 몸집의 한 아빠는 예쁜 여동생 갖게 해달라 빌라며 자신을 빼다박은 통통한 아들을 떠밀었다. 신중하게 돌을 돌리고 나온 아이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냐 물었더니 "맨날 고기 먹게 해달라 빌었다"고 했다.
문화해설사로부터 고인돌과 한벽루 등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들은 일행은 다시 차에 올라 월악산 자락 송계계곡으로 향했다. 조금 늦은 점심으로 맞은 산채정식. 시장이 반찬인지라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은 게눈 감추듯 싹 비워졌다.
밥도 먹었겠다 소화도 식힐 겸 월악의 품 속으로 산책을 떠났다. 행선지는 송계계곡의 만수골 자연탐방로. 국립공원 해설사들이 마중을 나왔다. 해설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숲으로 들어섰다.
맑은 계곡 물소리에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기린초 피나물 등 야생화들이 길섶에서 인사를 한다. 계곡을 끼고 한바퀴 일주하는 관찰로의 길이는 2㎞. 1시간 30분의 숲탐험을 마친 일행의 얼굴엔 상쾌한 초록이 내려앉았다.
충주ㆍ단양=글·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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