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대체로 합법적이고 정당한 소비자 운동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광고주 불매운동과 언소주의 활동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엄존한다.
미국의 언론감시단체 '애큐러시 인 미디어'(AIM)는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인 뉴욕타임스 거부 운동('보이콧 뉴욕타임스')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낙태와 거대 정부 구성 등 좌파적 정치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수십년에 걸쳐 뉴스를 왜곡시켜 왔다"는 이유에서다.
AIM은 뉴욕타임스의 광고주 불매운동을 위해 홈페이지(www.boycottnyt.com)를 개설하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 버라이즌, 엑슨모빌, 스타벅스 등 뉴욕타임스 광고주의 명단과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을 게재해 놓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로 꼽히는 폭스뉴스도 언론소비자단체의 주요 타깃이다. 미국의 시민단체 '유나이티드 보이콧'은 "거짓과 왜곡 보도를 일삼는다"며 홈페이지(www.unitedboycott.org)를 통해 폭스뉴스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AIM과 마찬가지로 광고주인 미국 유수 기업의 명단과 연락처를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AIM과 유나이티드 보이콧의 활동은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마이니치신문이 영문 사이트에 "일본 여고생들이 패스트푸드로 중추신경을 자극받아 성적 광란에 빠졌다"는 호주 출신 필자의 글을 게재했다가 거센 광고주 불매운동에 직면하기도 했다.
미국 시민단체들은 언소주처럼 구체적 행동지침 등을 제시하며 광고주 불매운동 참가를 독려하기도 한다. AIM은 '광고주에 연락해 미국의 가장 편향된 신문에 광고를 계속할 경우 당신들의 상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말하라' '친구들에게도 행동지침을 널리 알리라'며 시민들의 조직적인 의사 표시를 부추기고 있다.
전영우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광고주 불매운동의 핵심은 언론사에 대한 영향력 발휘"라며 "이를 위해선 강한 압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진국의 광고주 불매 운동은 광고주에 대한 압박 방법과 수위를 언소주와 달리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언소주의 불매운동에 대한 적법성 검토' 보고서를 낸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선진국과 달리 특정 신문사 폐간을 목적으로 하고 광고주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은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AIM의 경우 '뉴욕타임스를 시장서 퇴출시키려 하지 않는다' '광고주에게 정중히 요구하라'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