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마시고 나면 갈증은 더욱 심해지니까.'(중국 속담)
'키스는 마음을 빼앗는 가장 힘세고 위대한 도둑이다.'(소크라테스)
'키스는 언어가 공허해질 때 말을 막기 위해 고안된 사랑의 속임수다.'(영화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키스란 어떤 것일까? 남녀 사이의 미묘하고 모호한 감정은 입술이 맞닿는 순간 예상치 못하게 터져나올 수 있다. 머리 속으로는 아무리 논리적인 예측과 판단을 해도, 이를 훌쩍 넘는 것은 결국 몸이라는 사실을 '쉘 위 키스'는 영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여행길에 만난 남자(미카엘 코엔)와 여자(줄리 가예트)가 키스를 갈망하지만, 여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키스에 얽힌 다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털어놓는 액자구조다.
액자 속 남녀는 막역한 친구 사이인 유부녀 주디트(비르지니 르도엥)와 미혼남인 니콜라(엠마누엘 무레). 어느날 니콜라가 주디트에게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육체적 결핍의 괴로움을 호소하고, "친구 좋다는 게 뭐냐"면서 시작된 금지된 사랑은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번진다.
'남녀 사이에 친구란 있을 수 없다'는 구태의연한 스토리에, "애매한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한번 더 섹스를 하자"는 철부지 남녀의 뻔한 핑계까지, 영화는 유치한 사랑 이야기처럼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를 액자 속에 넣어 낯설게 만들고, 사랑의 감정을 거창하게 미화하지 않는 대신 유머를 적절히 섞어서 은밀한 육체적 관능의 힘을 드러낸다. 여느 로맨스 영화의 꿈결같은 눈빛에 닭살이 돋는 관객이라면, '쉘 위 키스'의 우화적인 설정 속에서 오히려 진한 리얼리티를 감지할 수 있다.
엉뚱한 남자 니콜라를 연기한 엠마누엘 무레 감독이 연출을 겸했고 차이코프스키와 슈베르트 등의 클래식 음악 20여 곡이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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