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문에는 도살된 소머리가 걸렸고, 입구는 거대한 풍선으로 막혀있다. 관객들은 거의 기다시피 해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전시장에 놓인 오래된 피아노에는 철조망, 인형, 브래지어, 전구 등이 설치됐고,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조명이 꺼졌다. TV수상기 앞에서 관객이 소리를 내면 그 속의 빛과 형태가 일그러졌다.
요셉 보이스가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했던 이 전시는 1963년 독일 부퍼탈의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열린 백남준(1932~2006)의 첫 번째 개인전 '음악의 전시_전자 텔레비전'(EXPosition of music_ELectronic television)이다.
당시 31세의 무명 작가 백남준은 갤러리에 걸려있던 기존의 그림들을 모두 뒤집어놓은 채 탈장르적이고 관객참여적인 실험들을 펼쳐보였다.
전시 제목 중 대문자로 표시된 앞글자를 모으면 '？아내다'(EXPEL)는 뜻이다. 지난 3~5월 오스트리아의 빈 현대미술관은 46년 전 백남준의 이 전시를 그대로 재현해 비디오아트의 원천을 재조명했다.
경기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에서도 백남준의 첫 개인전을 재해석한 '신화의 전시_전자 테크놀로지'(EXPosition of mythology_ELectronic technology) 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을 비롯한 작가 22명의 작품들로 이뤄졌다. 전시장 초입에는 부처의 머리가 잘린 채 공중에 매달렸다. 백남준이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작가로 참여했을 때 선보인 작품을 재현한 것이다. 그 뒤로 미국 작가 케빈 클라크가 백남준의 DNA 염기서열과 독일 비스바덴의 온천 사진을 겹쳐 만든 '백남준의 초상화'가 걸렸다.
다른 작품들도 백남준의 정신을 연상시킨다. 미국 작가 지미 더햄은 사람들이 가져오는 물건을 직접 돌로 부숴주는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을 내놓았고, 홍철기씨는 전시장 화장실에 장착한 센서를 통해 화장실의 음향을 증폭ㆍ변형시켜 들려준다.
일본 작가 우지노 무네테루의 설치작품은 전기드릴, 믹서기, 청소기 등 일상용품을 악기로 사용했다. 10월 4일까지. (031)201-8512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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