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정의 추가악화를 막기 위해 향후 3년간 예산동결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3년 동안 평균 예산지출을 한푼도 늘리지 않는, 사실상의 극약처방을 권한 것이다.
아울러 현 정부가 추진중인 감세정책도 일단 중단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은 22일 기획재정부와 KDI가 공동 개최한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공개토론회 총괄총량분야 주제발표를 통해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재정 적자와 정부 부채의 일시적 증가가 불가피하나 기존 감세정책 및 추경으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능한 조속히 균형재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연간 25조에 달하는 감세와 28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추진한 결과, 통상 3년치에 맞먹는 재정지출 증가가 한꺼번에 이뤄져 심각한 재정악화가 초래됐다는 것. 고 부장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우선 지출구조조정부터 해야 한다"며 "내년 예산을 올해 추경예산 대비 긴축기조로 편성하는 등 향후 3년간 지출증가율을 연평균 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조세 수입을 늘리기 위해선 2012년까지 5년간 총 99조에 달하는 감세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지도 재검토해야 한다"며 "미국 영국 등이 재정악화에 대응해 세율 인상을 추진하는 등 예정된 감세조치를 연기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권고에도 불구, 정부는 기존 감세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낙회 재정부 조세기획관은 "감세조치를 유예할 경우 기업의 투자의욕이 저하돼 경제 회복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소비 및 투자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구조 정책을 통해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